[뉴스핌=이동훈 기자] 수도권 KTX(한국형고속철도)에 대한 민간경쟁 도입을 놓고 코레일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간 설전이 뜨겁다.
우선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민영화 여부다. 수도권 KTX를 시작으로 민간경쟁 노선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민간경쟁 도입은 민영화의 포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국토부-코레일 갈등 '점입가경'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수도권 KTX 민간경쟁은 국가 기간시설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100여년에 걸친 코레일의 철도운영 독점을 끝내고 민간업체가 경쟁해야 철도운송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견은 감정싸움은 점입가경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마자 코레일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철도시설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이른바 '상하통합'을 요청한다고 밝히면서 양측간 논쟁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연기를 요청한 이후 철도 민간경쟁 도입 방안을 미뤘던 국토부는 불쾌감을 드러낸 뒤 연일 코레일을 압박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코레일의 철도관제권을 회수했으며 철도종사자 특히 기관사에 대해 자격증 제도를 신설했다. 열차관제 권한을 코레일로부터 뺏어 민간사업자가 철도를 운영할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철도를 민영화하더라도 민간사업자가 기관사를 코레일 밖에서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코레일이 2200여억원 국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코레일을 압박했다.
◆KTX노선 민간경쟁 "코레일 망한다"
코레일은 국토부의 KTX 민간경쟁 도입 주장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한다. 코레일은 정부가 적자 노선인 일반 철도노선은 그대로 코레일에 맡겨둔 채 수익이 나는 KTX 노선만 민간사업자에 넘길 경우 코레일의 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에만 3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사업성이 좋지 않다.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 4000억원을 감안하면 1조원 가까이 적자가 발생했다.
국민복지를 위해 적자노선을 운영하다보니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체 22개 적자 노선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노선은 8개에 불과하며 이에 대해서도 적자의 78% 수준에서만 지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적자를 상쇄하고 있는 KTX를 민간에 떼어주면 코레일의 적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점차적으로 '알짜노선'만 민영화한다면 코레일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적자노선에 대한 관리를 등한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적자노선을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KTX 를 제외하면 흑자가 되는 노선은 거의 없다는 게 코레일의 주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가 코레일에게 적자를 줄이라 요구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알짜노선은 모두 민간에 내주고 있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민영화가 진행된다면 코레일은 경영난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말했다.
이에 코레일은 민간경쟁이 민영화의 포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도권 KTX에 민간 사업자가 들어오면 수서발 호남 고속철도 노선에 민간사업자가 들어오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이럴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부 고속철도 기존 노선에도 민간 사업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기간 산업인 철도와 그 운송사업을 공공이 담당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민간사업자는 이윤이 목적인 만큼 운송 서비스는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담당해야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호한 국토부 "민간경쟁이 국익에 도움"
하지만 국토부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철도기반 시설인 철로 등이 국가 소유의 상태에서 운영권을 15년 임대해 사용하는 민간사업자는 말그대로 민간경쟁 도입에 불과하지 민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 급격히 인기가 떨어진 공기업 민영화 논리를 코레일이 이용하고 있을 뿐 민영화 자체가 죄악은 아니다"라며 "특히 철도의 경우 운영권을 한시적으로 임대해주는 방식인데 이를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민간사업자 운영 노선의 확대 부문에 대해서는 국토부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맡아 국민에게 득이 된다면 민간 운영 노선을 늘리는 게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알짜노선을 모두 민영화하고 적자노선만 운영할 경우 경영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코레일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코레일의 '밥그릇 지키기'로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간경쟁 도입이 결정된 수도권 KTX노선은 새로 만드는 구간이어서 코레일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코레일이 손해를 본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노선에 민간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장기적인 구상일 뿐 계획이 수립된 것도 아닌데 코레일이 벌써부터 손실을 떠벌리며 엄살을 피운다"며 "수도권 KTX 구축으로 코레일이 손실을 본다는 주장은 고속도로가 확장되면 코레일이 손해본다는 주장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코레일에 적자노선 운영권을 반납할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반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최근 철도 적자노선에 민간사업자가 참여하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법도 개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부실은 공사 스스로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적자노선이 부담이라면 언제든 적자노선을 환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KTX 민간경쟁 도입에 대한 국토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철도의 민간경쟁 도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뚜렷하며 철도 민간경쟁 도입에 대한 정부의 기본 이념은 2004년 철도공사 출범(철도청 분리) 이후 지금껏 변함이 없다"며 "코레일은 순수한 철도운송회사로 남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