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경제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애플-삼성 소송이 드러낸 美특허 시스템의 위기

기사입력 : 2012년12월10일 10:22

최종수정 : 2012년12월10일 10:26

- 역사 속에 되풀이 되는 '바벨탑'의 교훈

[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애플과 한국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1심 평결이 나온 이후 양사의 주가를 보면 애플이 20% 가까이 급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칠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조된다.

동시에 이 사건은 미국과 글로벌 특허 시스템의 위기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뜻하지 않게 이번 사건은 특허의 정의나 원칙, 가치와 판별의 혼란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만 셈이다.

미국 특허청은 지난 8일,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침해 소송의 기반이 된 특허인 스마트폰 '바운스백(되튕김)' 등 이른바 '스티브 잡스' 특허를 잠정 무효화한 바 있다. 지난 10월 잠정 무효 조사에 착수한 지 불과 한달 보름 여만이다.

뉴스핌은 당시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12월 6일로 예정된 미국 법원의 판결 등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실제 결과도 이와 다름없었다. (뉴스핌 2012년 10월 24일 '추억의 오락실 '축구게임', 위기의 삼성을 구하나' 기사 참조)

애플의 특허가 무효화된 이유는 이보다 앞선 '선행기술(prior art)' 특허가 존재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특허라는 최첨단 지식의 전문 분야에서는 조금도 무시할 수 없고 오히려 커다란 충격으로 여겨지는 사건이 돼버렸다.

즉 미국 특허청은 사실상 특허를 일단 먼저 내주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결정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먼저 미국의 특허 관리실무상의 허술성을 지적할 수 있다.

즉 미국이 갖고 있는 방대한 특허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이미 '인간의 관리능력을 벗어나 버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관리능력을 벗어난 상황이란 어떤 것일까. 예컨대 흔히 도서관에서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수백 만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내가 찾는 책이 없을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도서관의 기록에는 분명 도서관 내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도서관의 사서도 그 책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또 이번 애플 특허의 잠정 무효화가 드러낸 총체적인 위기는 무엇일까.

이는 마치 바벨탑이 무너진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과거 문명사 속에서 인간은 더 멀리 바라보기 위해, 또는 전쟁에서 적에 대비하기 위해,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하늘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어느 날 탑을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탑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한 수준을 벗어나게 됐다.

그러자 소수의 사람들, 당시의 기술자들 혹은 지식인, 전문가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디가 잘못됐는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결국 어느 순간 거대한 탑은 일거에 무너져 버린다.

이 문제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 보자.

수천 년 전 바벨탑을 쌓아올렸던 사람들, 그들은 절대 어리석거나 무능한 자들이 아니었다. 거탑을 쌓아올릴 정도의 충분한 기술과 재능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확신도 없이 무모하게 쌓아올린 권력의 장난에 불과했더라면 바벨탑은 역사에 이처럼 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바벨탑은 무너졌다.

바벨탑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직접적으로는 거탑을 쌓아올리는 작업의 점검과 관리, 유지보수가 안됐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미국의 특허시스템의 위기는 과거 거대한 바벨탑이 맞았던 위기의 모습과 실상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방대한 시스템을 건설했으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디가 어떻게 문제가 있는 지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애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중복적 무효 특허를 통해 거액의 부를 챙기는 행위가 여전히 가능했다.

이들 특허를 바탕으로 지난 8월 애플은 10억 5000만달러(약 1조 2000억원)의 배상금 평결을 얻어냈다.

'진실의 여신'이 단 몇 개월만 잠시 눈감아 버렸다면 애플은 엄청난 거부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서 드러난 미국 특허시스템의 위기 형태는 말 그대로 참담한 모습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는 특허라는 개념의 정의나 원칙의 밑뿌리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특허 시스템은 더 이상 스스로에 기반해 독점권을 부여할 수 없음을 준엄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특허청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같은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속히 인정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벨탑의 조속한 보수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우리 특허청도 글로벌 특허 시스템의 부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주니어, 내주 방한…정용진 초청 [서울=뉴스핌] 남라다 조민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다음주 한국을 방문한다. 이는 사이가 각별하다고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다음주 중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방한 후 정용진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만나 트럼프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을 찾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가운데)이 트럼프 주니어(왼쪽)와 만나 부인 한지희씨(오른쪽)를 소개 후 반갑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신세계그룹]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은 '절친'으로 알려진 정용진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과 유관 단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정 회장이 지난주 미국을 찾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나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며 방한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음 주,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회장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 주요 기업 인사를 만날 예정"이라며 "일정하고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mkyo@newspim.com 2025-04-23 16:49
사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사건 전합 회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이 22일 곧바로 심리에 들어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첫 합의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 하고 있다. 2025.04.22 leemario@newspim.com 앞서 대법원은 이날 오전 이 전 대표 사건 2부에 배당하고 주심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첫 합의기일도 열리게 됐다. 전합은 종전의 판례를 바꾸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고,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하는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단 이번 사건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태악 대법관이 회피신청을 했다. 이에 이 사건은 조 대법원장과 나머지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심리할 전망이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이 전 대표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전합 판단을 받게 됐다. 이 전 대표는 2016년 6월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고,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 등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는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0년 7월 전합은 이 전 대표 사건을 7(파기환송)대 5(상고기각)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전 대표 사건 선고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6·3·3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을 준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오는 6월 26일까지 선고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같은 달 3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고 이 전 대표가 유력 후보로 꼽히는 만큼, 이전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1심은 이 전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을 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해당 발언들이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hyun9@newspim.com 2025-04-22 15:2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