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감 30분 남겨두고 낙폭 모두 만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둘러싼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한 때 200포인트 가까이 내리꽂히는 등 뉴욕증시가 극심한 조정을 받았고, 금과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유로/달러가 1.25달러 선으로 밀리는 등 유로화 역시 급락하며 패닉에 빠진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하지만 장중 극심한 패닉장을 연출한 뉴욕증시는 마감을 30분 가량 앞두고 강한 상승 탄력으로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는 6.66포인트(0.05%) 소폭 떨어진 1만2496.1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23포인트(0.17%) 오른 1318.86에 마감했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1.04포인트(0.39%) 상승한 2850.12를 나타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위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장중 뉴욕증시는 패닉장을 연출했다.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가 유로존 탈퇴 리스크는 현실이며, 그 결과는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유로존 회원국이 그리스 탈퇴에 대비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보도 역시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포트 피트 캐피탈 그룹의 킴 코히 포레스트 매니저는 “EU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회의를 마무리하는 것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감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감을 30분가량 앞둔 가운데 3대 지수는 가파르게 반등, 전날과 상반되는 막판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편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해 이달 들어 미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1조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샤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라이언 데트릭 애널리스트는 “유로존에서 악재가 계속 이어질 경우 S&P500 지수가 1205까지 밀릴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는 “유럽 위기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이뤄지면서 경기 하강 기류를 더욱 압박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상품시장과 외환시장도 파열음을 냈다. 유로화가 1.26달러 선을 하회, 2년래 최저치에 근접했고,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이날 유로/달러는 0.67% 떨어진 1.2599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환율은 1.2545달러까지 흘러내렸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밑돌았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는 1.95달러(2.1%) 하락한 배럴당 89.90달러에 마감했다.
BNP 파리바의 릭 클링만 매니징 디렉터는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이날 증시 향방의 결정적인 변수”라며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주택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신규 주택 판매가 전문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고, 가격도 상승했지만 주가 영향은 미미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3.3% 증가한 34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33만5000건을 웃도는 것이다. 또 전년 동기에 비해 9.9% 늘어난 수치다.
연방주택금융공사(FHFA)는 지난 3월 미국 주택 가격이 전월에 비해 1.8% 상승해 20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서는 2.7% 상승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델이 애널리스트 전망에 못 미치는 매출액과 순이익을 발표한 데 따라 17% 이상 폭락했고, 그밖에 기술주 약세를 주도했다.
반도체 업체 인텔이 2.27% 떨어졌고, PC 업체 휴렛 팩커드(HP)가 3% 이상 내렸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AMD도 각각 2.18%와 1.30% 떨어졌다.
반면 페이스북은 상승했다. 이틀간의 급락에서 벗어나 3% 이상 올랐지만 여전히 주가는 32달러로 공모가 38달러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