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과거 개발시대 자금수요가 컸던, 그래서 은행문턱이 높았던 시대의 산물이죠. 다만 현재 잣대로 과거까지 모두 재단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최근 금융권 이슈로 부상한 은행권의 근저당권설정비 환급 논란에 대한 금융당국 고위간부의 변이다.
자금수요가 커 은행문턱이 높았던 시절엔 금융거래시 소비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근저당설정비 역시 은행이 소비자에 전가했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은행이 부담하게 됐는데 이를 같은 잣대로 들이대 환급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논리다.
현재로선 진행중인 민사소송에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하겠지만 부동산담보대출시 소비자가 관행적으로 부담했던 근저당설정비에 대한 '환급' 논란의 결론을 추정할 수 있는 단초가 아닐까 싶다.
근저당설정비용은 대출금액의 0.6% 안팎이 보통이다. 1억원 대출시 60만원 정도다. 이 안에는 등록세, 지방교육세, 법무사수수료, 등기신청수수료, 감정평가수수료, 국민주택채권매입비 등이 포함된다.
이번 논란이 재확산된 것은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대출거래시 은행이 소비자에게 부담시킨 근저당설정비를 환급하라고 이달초 조정결정을 내리면서다.
분쟁위에 따르면 약관을 제외하곤 근저당설정비, 인지세 부담주체에 대한 당사자간 개별약정을 인정할만한 입증자료가 없고, 인지세법, 지방세법 등 부대비용 부담주체에 관한 개별법령에서 근저당설정비의 원칙적인 부담자는 채권자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후 근저당설정비를 환급하라는 첫 분쟁조정 사례다. 그러자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소멸시효가 10년임을 감안할때 근저당설정비 환급 규모는 무려 10조원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같은 추정치를 배제하더라도 확인결과,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별로 조단위에 이르는 규모인 것만은 확실시된다. 은행권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은행들은 분쟁조정위 통지를 받는 즉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동대응 태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분쟁조정 대상이 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은 개별은행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분쟁조정 통지를 받은 뒤에 결정하겠지만 이번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수락할 순 없다. 각 은행들이 재량껏 환급해줄 순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금 소송이 전개되는 중인데 이는 법원에서 다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환급소송의 쟁점은 부당이득에 대한 판단 여부다. 기존 약관이 무효일지라도 환급을 받으려면 은행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실상 법적용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당이득을 다퉈야 하는데 사실관계에 있어 대출자가 근저당설정비 부담을 통해 금융부담을 보다 저렴하게 받았다면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민법적 법리 적용이 어려워 소비자가 승소하긴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중심의 정책방향과 여러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안하면 논란의 소지는 많기 때문에 소송과정을 지켜봐야할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근저당설정비를 소비자가 아닌 은행권이 부담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과거분에 대한 소급적용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특정 부동산을 담보물로 저당잡아둔 채권자가 그 담보에 대해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변제받기 위해 설정해두는 근저당권 설정. 이를 두고 '본인의 필요에 의해 담보를 제공했으니 담보설정비는 고객이 내야한다'는 은행측 주장과 '은행이 채권확보를 위해 설정한 담보권이니 당연히 은행이 내야한다'는 주장속에 일단 대법원은 소비자측 손을 들어줬다. 대출거래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은행이 개정전 약관을 이용해 은행 부담을 고객에 전가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이 개정전 표준약관은 불공정 약관이라는 결론을 내며 일단락된 이번 이슈가 환급관련 집단소송 사태를 맞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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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