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후 시장지배력·인지도 결과가 판가름
[뉴스핌=이연춘 기자] 인수·합병(M&A)이 소문난 잔치집에 주식 투자자들은 별로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상장 주요 기업들 중 KT&G, 아모레퍼시픽, KCC 등 해외시장 확대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해 M&A에 나선다는 발표가 잇따르지만 주가는 신통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KT&G는 전거래일대비 1000원(1.47%) 내린 6만7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일 대비 6000원(0.50%) 상승한 19만5000원에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KCC 역시 전일 대비 2000원(0.57%) 하락한 34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TSPM)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 렌졸룩사로부터 825억원에 지분 100%를 취득키로 했다고 21일 공시했다. 렌졸룩사는 TSPM의 경영권을 보유한 특수목적회사로 렌졸룩사가 TSPM이 발행예정인 전환사채 인수를 위해 KT&G는 622억원을 렌졸룩사에 대여할 예정이다. 따라서 KT&G는 발행회사인 렌졸룩사의 지분인수금 및 대여자금을 포함, 총 144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선 21일 아모레퍼시픽도 프랑스 최고급 향수 브랜드 '아닉 구탈'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0년 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모델인 아닉 구탈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이 브랜드는 헐리우드의 특급 연예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명품 향수로 유명하다. 글로벌 최고급 백화점을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 1000여개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연간 매출은 200억원 수준이다.
KCC 역시 만도 지분 매각을 통해 M&A에 나선다. 이에 따라 4조원에 육박하는 KCC 보유 주식, 특히 현대가 계열사 지분의 유동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CC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 기업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시장에 알려졌다. KCC측은 보유지분 매각을 두고 "만도 주가가 오른 데 따른 투자자금 회수 목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M&A는 성사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경쟁력과 수익이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커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들의 M&A이슈는 시장에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이들 기업들의 M&A 소식에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T&G의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여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강희영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의 가격 인상으로 KT&G의 내수 담배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으나 추가로 점유율이 오를 여지는 적어 보인다"며 "시장점유율이 1% 오르더라도 주당순이익(EPS) 증가 효과는 1.2%로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우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KT&G가 지난 1년간 준비한 해외 담배기업 인수합병(M&A), 홍삼화장품 사업 등이 3분기부터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당장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신성장동력 발굴이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의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닉 구탈 인수에도 시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 대상의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모레퍼시픽 매출(2010년 2조2522억원)과 영업이익(3599억원) 규모와 주가 수준에 비춰봤을 때는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의 판매 인프라와 아닉 구탈의 인지도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M&A 실패가 '약'이 된 기업도 있다. 포스코는 대한통운 M&A가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조강운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통운 인수 실패로 M&A 이슈가 사라져 포스코 주가에 부정적인 요소가 제거됐다"며 "단기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5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을 중심으로 M&A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풍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점차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과거 리먼 사태 이전 기획했다가 연기된 M&A를 다시 본격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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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