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력 제고 힘들어…낸드플래시·SSD사업과도 상충
[뉴스핌=박영국 기자]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삼성전자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 매각설이 보도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HDD 사업 매각의 주요인으로 ‘신성장 사업분야 투자자금 마련’이 언급되고 있으나, 하필 자금 마련을 위해 ‘팔아치울’ 사업으로 HDD 분야가 언급된 원인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HDD사업이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부문과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과 시장 내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저장장치 산업 자체가 HDD에서 낸드플래시로 중심이동 되고 있다는 점을 매각설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HDD사업은 반도체사업부 산하 스토리지시스템 부문에 포함돼 있으나, 하드웨어적으로 메모리 부문과 시스템LSI 등 주력 사업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실리콘웨이퍼 기반의 장치 산업인 반도체사업과는 달리 HDD는 금속 원판이 주재료인데다, 공정 자체도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현재 HDD사업은 사실상 별도로 운영되면서 반도체사업부에 끼어 있는 어중간한 모양새다.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성과 수율 등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반도체사업과 달리 HDD는 금속 원판에 기록을 남기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특성 때문에 사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삼성전자 내 다른 사업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 HDD 시장은 웨스터디지털과 씨게이트테크놀로지가 각각 30%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이 3위 업체(시장점유율 18%)인 히타치GST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에서 생산되는 HDD는 자사 정보통신부문 내 PC 제품과 외장하드 제품에 공급되고 있다. 외부 판매물량도 일부 있지만 시장 점유율도 미미하고 반도체, LCD등 삼성전자의 다른 부품 사업부문과 달리 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
국내 PC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HDD 제품은 웨스턴디지털이나 씨게이트 등 메이저 제조사들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삼성전자 PC 사업부도 일부 HDD 물량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전적으로 아웃소싱으로 조달하는 게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사업의 주요 응용분야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의 상충도 HDD 사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SSD는 읽기 및 쓰기 속도가 HDD에 비해 월등함은 물론, 부팅도 빠르고, 다수의 프로그램과 데이터에 대한 동시작업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HDD에 비해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전력소비가 적고, 충격으로부터의 안정성도 뛰어나 노트북 시장에서 HDD의 지위를 잠식해가고 있다.
용량 대비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그동안 SSD가 HDD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던 이유로 꼽히고 있으나, 이 역시 미세화 공정을 통한 고집적화와 생산성 확대로 점차 극복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SSD의 주요 부품인 낸드플레시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SSD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1월 일반 소비자용 자체 브랜드 SSD를 출시한 이후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HDD 시장 규모가 감소해야 SSD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SSD를 육성해야 할 삼성전자가 HDD 사업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것도 딜레마다.
외부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HDD 1위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3위 히타치GST 합병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2위 씨게이트 역시 덩치를 키우기 위해 집어삼켜야 할 대상이 필요해진 것.
WSJ는 삼선전자의 HDD사업부문 희망 매각 가격이 15억달러(약 1조6350억원)이며, 심지어는 10억달러 정도만 받더라도 매각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웨스턴디지털이 시장 점유율 18%의 히타치GST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43억달러(약4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 11%의 삼성전자 HDD사업부문 가격으로 10~15억달러는 그다지 높은 가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신성장 사업분야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부문 중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되며, 시장 경쟁력도 높지 않고, 굳이 추가 투자를 통해 육성할 만한 미래 성장성도 없는데다, 매입 의향자도 존재하는 HDD 사업이 적격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매각설에 대해 “HDD사업부문은 삼성전자에서 오랜 기간 진행해온 사업이며, 세트(제품)사업과의 연관도 깊다”면서 “매각설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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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