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계열 편입' 통한 후계 작업 관측
하이트진로그룹이 뒤숭숭하다. 풀어야 할 여러 현안들로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은 박문덕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1993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하이트맥주 출시를 거쳐 진로 인수까지 이뤄낸 성공한 총수로 꼽힌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편법증여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뉴스핌=이연춘 기자]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편법증여 논란이 국세청 도마위에 올랐다. 하이트진로그룹은 협력회사의 계열사 편입을 통한 후계구도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돈다.
박 회장의 두 아들은 3년 6개월간의 증여 과정을 통해, 그룹의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편법증여는 현 서영이앤티의 전신인 삼진이엔지라는 하이트맥주의 협력회사부터 시작됐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그룹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의 현재 최대주주는 68만4506주인 29.49%를 보유한 박문덕 회장이다.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57만33017주인 27.6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서영이앤티는 오너 2세들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박 회장의 장남 태영 씨가 지분 58.44%를, 차남 재홍 씨가 21.62%를 갖고 있어 장차남의 지분율이 80%를 넘는다.
나머지 지분도 박문덕 회장이 14.69%과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이 5.16% 등 오너 일가가 대부분 소유했다. 서영이앤티는 지난 7월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하면서 단숨에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의 증여 과정이 눈총을 받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총수 자녀에게 헐값에 넘기고, 총수 일가는 여기서 얻는 막대한 차익을 활용해 그룹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
실제 2007년 12월,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는 삼진이엠지의 주식을 각각 73%, 27%씩 매입했다. 결국 삼진이엔지는 박 회장의 두 아들의 지분이 100%인 개인회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후 2008년 2월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 지분 9.8%를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액면가 5000원을 받고 심진이엔지에 처분했다.
이를 통해 하이트맥주 지분 9.8%가 두 아들에게 상속됐고, 사실상 박 회장이 아들들에게 하이트맥주 지배권을 헐값에 넘겨준 셈으로 이때부터 하이스코트를 통해 오너 2세가 2대 주주로 급부상했다.
최근 서영이앤티(옛 삼진이엔지)가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엔티의 하이트홀딩스 보유지분은 27.66%로 늘어났고 이렇게 증여 작업은 일단락됐다.
국세청은 박 회장이 장남 태영씨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3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현재 과세전적부심 신청이 진행중이다. 과세전적부심이란 지방청 및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나 감사결과 후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납세자에게 미리 통지하고 그 내용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는 경우 고지 전에 잘못을 시정하는 사전권리구제 제도다.
이와 관련, 경재개혁연대는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 이후 배당률이 급격히 인상돼 지적한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맥주그룹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가 삼진이엔지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 이후 배당률이 급격히 인상되는 등 하이트맥주의 기회를 유용하여 지배주주 일가가 이익을 얻음과 동시에 배당을 늘려 현금을 확보, 후계구도를 확립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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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