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리스크 '산 넘어 산'…불확실성 여전해
하이트진로그룹이 뒤숭숭하다. 풀어야 할 여러 현안들로 고민이 깊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은 박문덕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1993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하이트맥주 출시를 거쳐 진로 인수까지 이뤄낸 성공한 총수로 꼽힌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진로 인수 여파로 재무적인 부담이 크고, 경영에도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뉴스핌=이연춘 기자]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하이트홀딩스의 재무적 리스크가 '산넘어 산'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불확실성에 무게를 더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진로 인수 이후 족쇄로 작용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의 풋옵션 압박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풋옵션(Put Option)이란 일정한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약속한 기일이나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업 M&A에서도 인수시점에서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거나, 추후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상될 때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풋옵션 계약을 맺는다.
하이트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 하이트그룹 초강수 통할까?
하이트홀딩스는 지난 7월 재무적투자자(FI)인 리얼디더블유의 풋백옵션 행사 시점을 2년 11개월 늦추는 초강수를 띄웠다.
만기가 도래하는 진로의 풋옵션 행사 규모는 총 441만여주로 행사 가격은 주당 5만 4000원선으로 도합 2400억원 규모다. 풋옵션 행사시기는 오는 2013년 6월이다. 1주당 5만 2282원에 적용금리는 종전보다 1.03%포인트가 높은 연복리 6.48%다.
2013년 6월에 진로의 주가가 주당 5만 4000원을 밑돌 경우 되사주겠다는 얘기다. 올해 진로 주가가 3만~4만원에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하이트홀딩스는 재무부담을 최소화하고 부채비율도 높아지지 않는 방안으로 행사 시점을 늦춘 셈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당장 재무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리얼디더블유와의 계약 조건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하이트홀딩스는 이번에 풋옵션 만기를 연장하며 최소보장수익률을 6.48%로 1.03%포인트 더 올렸다. 수익률은 연복리로 적용되기 때문에 3년 후 리얼디더블유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하이트홀딩스는 주당 6만 7208원에 진로 주식을 되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하이트홀딩스는 지난해 말부터 진로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발행 조건에 대한 시각 차이로 결국 실패했다"면서 "새로운 FI 물색도 여의치 않아 만기 연장만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분석했다.
◆ 반전 노린 '진로 재상장'..분위기는 '글쎄'
재기를 노리면서 6년만에 재상장한 진로.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주가마저 갈길 바쁜 하이트홀딩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2일 진로의 주가는 3만 6900원으로 풋백옵션 행사 가격에 대략 2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상장 시초가(4만100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이 회사의 소주와 맥주시장 점유율이 5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흐름이다.
시장에선 풋옵션 행사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에 약정수익률을 높여 장기적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약정 수익률을 높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하이트홀딩스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또다른 시장 전문가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리스크가 해소됐지만 주당 행사가격이 높아져 3년 후 만기가 돌아오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하이트홀딩스의 재무적 리스크는 여전하다"면서 "진로의 경우 주가 상승 여력은 있지만 당분간 5만원대 진입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풋백옵션 행사기간을 2년 11개월 연장한 만큼 현재 재무적으로 이상은 없다"면서 "시장의 우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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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