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검찰이 지난 13일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태광그룹. 이호진 그룹 회장이 수사의 중심에 섰다. 편법 승계 및 차명계좌 존재 여부가 핵심 사안인 탓이다.
이호진 회장은 그동안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란 별칭을 얻고 있다. 언론은 물론 재계 공식석상에도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과연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세상과 어떤 교감에 나설 수 있을까.
법조계 한 관계자는 14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차후 이 회장에 대한 소환까지도 염두해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함께 금융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과 흥국생명보험 등에 대해서도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인 상태다.
이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재계 관계자는 많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이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의 얼굴은 10여년 전 사진이 아직도 각종 미디어에 쓰인다. 취미가 무엇인지, 경영스타일이 어떤지 등 그룹 내부에서조차 쉽게 들을 수 없다. 현장경영 사진은 고사하고 그 흔한 자원봉사 활동 사진도 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태광그룹은 재계 서열 40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이지만 대외 공식 창구가 거의 없다. 일부 계열사에 홍보 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 회장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속시원히 답하지 못한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회장님 관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고 귀띔했다.
태광그룹의 자산규모는 4조 8000억원(금융계열사 제외)으로, 태광산업을 필두로 흥국생명·화재, 티브로드, 대한화섬섬유 등 5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태광그룹 경영 일선에 등장한 것은 1996년 부친이자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룡 회장의 타계 이후다.
이듬해 이 회장은 태광산업 사장을 시작으로, 2004년 태광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그가 취임한 이후 태광그룹은 케이블TV와 금융 중심의 그룹 체질전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2006년 폐쇄성을 이유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이하 장하성펀드)의 공격을 받기도 했고, '바다이야기 사건' 당시에는 상품권 발행 계열사 한국도서보급이 연루돼 한동안 출국 정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검찰의 전방위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현재 검찰은 태광그룹 임직원 3~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태광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발행한 뒤 계열사들의 자산을 활용해 아들 현준 군에게 막대한 지분을 넘겼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외에도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이 골프장을 완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원권을 사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의혹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 회장이 과연 이번 위기를 어떻게 마무리할 지 시선이 집중되는 때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