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스라엘 당국이 겉으로는 이란 국민들에게 반정부 봉기를 촉구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실제 봉기가 일어날 경우 "대규모 학살(massacre)"로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정권의 붕괴를 압박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딜레마와 모순이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회람된 미 국무부 기밀 전문(cable)을 입수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對)이란 전략 이면에 깔린 이중적 시각을 집중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대가 거리로 나올 경우 "학살당할 것"이라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는 봉기를 촉구하고, 미국에는 시위대 지원 준비까지 요청했다. 이란 국민의 희생을 전략적으로 감수하거나, 나아가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WP는 문서의 진위를 국무부 관계자 2명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전문은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사이 미국 측 인사들과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외교부 고위 인사들 간 회의를 요약한 것으로,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회람됐다.
◆ 하메네이 제거해도 정권은 건재…시나리오 전면 붕괴
이스라엘이 그린 시나리오는 단순했다.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정권 내부가 흔들리고, 민심이 들고일어나 결국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2월 28일 하메네이 사망과 미국·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권이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끝까지 싸울 의지가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란은 여전히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원하는 곳 어디든"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후계자로 지목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공습으로 부상했다는 보도에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그가 부친보다 혁명수비대 강경파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기대했던 '정권 온건화' 시나리오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 수잔 말로니는 "이스라엘이 이란 내부에 상당한 정보 침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권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한 것은 더욱 놀랍다"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빠진 전략적 오판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자유민주주의 위한 게 아니다"…국가 해체가 진짜 목표?
전쟁 3주째,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막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고, 주요 동맹국들은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 요구마저 거부했다. 미국 관리들은 현재 이란의 성직자·군부 체제 전복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이란 전문가 나르게스 바조글리는 이스라엘의 전략이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이란 분열'과 '국가 붕괴' 목표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바조글리는 "이스라엘의 전략은 수십 년간 지속된 이란 분열과 국가 붕괴를 목표로 한 접근과 일치한다"며 "목표는 이란 국민을 위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 간의 간극을 더 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이란 정부를 장악하라"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거리에서 시위하려는 사람들을 쏴 죽일 준비가 돼 있다"며 "무기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큰 장벽"이라고 인정했다.
말로니는 "현재 이란 국민은 정권으로부터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