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영업비밀 사용'만 유죄, 누설·취득은 무죄"
대법 "사용·취득·누설, 각각 독립 범죄"…파기환송 결정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사의 설계도면을 중국에서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제조사 전직 직원 등 관련자들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2022년 모 반도체 회사의 반도체 증착장비 모듈 설계·제작·조립 도면을 무단 반출한 뒤, 이를 중국에서 사용하기 위해 국내에 구축한 네트워크연결저장장치(NAS·파일 서버)에 업로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NAS 서버 업로드 및 외국 사용 행위에 대해 영업비밀 '사용'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했으나, 영업비밀 누설 및 취득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 사이에 각자가 취득한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행위는 공범자들 상호 간에 영업비밀을 사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전달하거나 전달받은 행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도 '사용' 부분에 대해선 원심을 유지했으나, 누설 등에 대해선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아직 해당 영업비밀을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이를 알려주거나 넘긴 경우, 함께 사용하기로 공모했는지 등과 관계없이 누설 및 취득 범죄가 각각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취득', '사용', '제3자 누설' 등을 각각 독립된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용죄가 성립했다고 해서 취득·누설이 선행하거나 수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영업비밀의 사용만 이뤄지는 경우보다 영업비밀이 누설, 취득 되어 사용되는 경우 법익 침해의 정도와 불법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벌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뒤 실제 사용까지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경우 누설·취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사용 미수죄만 적용돼 오히려 형이 감경될 수 있는 반면, 영업비밀을 단순히 주고받기만 한 경우엔 누설·취득 기수죄(완성된 범죄)가 그대로 성립해 감경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에 나선 자가 오히려 가볍게 처벌받는 불균형이 생긴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만일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한 자들 사이에서는 누설이나 취득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오히려 영업비밀 사용의 착수에 나아간 자를 더 가볍게 처벌할 수 있는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