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 맞이해
이번 정부 최초로 차관 감찰 면직
헌법존중TF, 내부 신뢰 흔들어놔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출범 6개월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가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내부'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이끌어갈 행정부를 말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현 정부 사상 처음으로 직권면직했다. 강 전 차관이 부당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하는 등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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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이정아 기자 |
다만 대통령실은 법령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비공개 방침을 세웠다. 강 전 차관의 면직이 알려진 후 현재까지 공직사회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현직 차관의 감찰 면직이 된 건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손에 꼽힐 만한 사건이다. 심지어 강 전 차관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이번 면직이 도리어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에 대한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올해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치른 관가는 잔뜩 위축되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통합과 실용을 강조했지만, 지난달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란 가담 공직자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정부에서 주요 요직을 맡았던 실·국·과장들에 대한 투서가 빗발치고 있다.
어느 정부든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인사를 일정 부분 교체하는, 이른바 '솎아내기' 작업이 이뤄진다. 다만 이번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 강도가 유독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기류는 실제 공직 현장에서 갈등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실·국장의 지시를 사무관이 거부했다는 일화가 돌 정도다. 정권 교체 이후 특정 정책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면서다.
과거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근무했던 한 공직자는 "공무원은 어느 정부든 그 당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공약, 국정과제를 책임있게 완수할 책임을 갖고 업무를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권이 바뀐 후 전 정부에서 열심히 일한 공무원을 보복하게 된다면 아무도 선출권력에 대한 충성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기(自己)의 줄로 자기(自己) 몸을 옭아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상황을 뜻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내부에 칼을 겨누는 지금의 방식은 결국 정책 추진 동력을 갉아먹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불신의 매듭에 다시 걸려들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꼰 줄에 더 깊이 메이느냐 아니면 매듭을 풀어내느냐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렸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