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고유가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 흐름 영향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근접하면서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증시 변동성보다 고유가 장기화가 물가와 환율, 외국인 자금 흐름, 산업 수익성까지 연쇄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에너지 공급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충격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 증권가, 유가 110달러 돌파보다 무서운 건 '장기화'
증권가는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경로,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복합적인 위험 구조를 갖고 있다"며 "당시에는 공급의 가격과 경로 문제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공급의 물리적 단절과 저장 한계라는 병목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화석연료의 약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 의존도 역시 높은 편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환율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유가는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동 리스크가 국제유가뿐 아니라 LNG 가격, 해상 운임,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업 수익성에 차별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석유화학, 항공, 철강, 자동차, 가전 등 에너지 비용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운 산업의 경우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반도체의 경우 공급 부족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간접적인 원가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원가 부담·공급망 병목…산업별 충격 현실화 우려
이번 중동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일시적 충격 이후 정상화되는 구조가 아니라 상시 위험 구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이 이전 상태로 완전히 복귀하지 못한 채 위험이 누적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정형곤 KIEP 세계지역연구1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수입 공급망은 충격 이후 정상화가 아니라 상시 위험 구조로 전환된 상태"라며 "중동 리스크 역시 단순한 지역 변수라기보다 특정 국가 집중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전체 비중은 0.44% 수준이지만 원유뿐 아니라 니켈 매트, 정련동, 요오드 등 주요 산업 핵심 투입재가 포함돼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파급력은 작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단기 지정학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병목, 금융시장 변동성이라는 복합 충격을 동시에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유가 상승 지속 여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 ▲달러·원 환율 움직임 ▲외국인 자금 흐름 등을 꼽았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