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C·ETH 5~6% 급락…아시아 장서만 6억4600만달러 강제 청산
中 "가상화폐는 불법 금융행위" 재확인·연파이낸스 900만달러 해킹
BOJ 금리 인상 신호까지 겹쳐 리스크 자산 매도 가속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1일(현지시간) 또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았다. 주요 거래소 전반에서 약 6억4600만달러(약 9485억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코인이 일제히 급락했고, 시장 심리는 순식간에 냉각됐다.
코인글래스 자료에 따르면 이번 청산의 약 90%가 롱 포지션이었으며,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1448만달러(212억원) 규모의 ETH-USDC 포지션이 단일 거래로는 최대였다. 바이낸스, 하이퍼리퀴드, 바이비트 등 주요 거래소는 각각 1억6000만달러(2349억원)이상이 청산되며 레버리지 붕괴의 중심에 섰다.
강제 청산 여파가 이어지자 비트코인은 5% 넘게 급락해 8만6000달러선으로 밀렸고, 이더리움도 6% 이상 떨어지며 2815달러 부근까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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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12.01 koinwon@newspim.com |
◆ BTC·ETH 5~6% 급락…아시아 장서만 6억4600만달러 강제 청산
한국 시간 1일 오후 9시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7% 내린 8만6231달러, 이더리움(ETH)은 6.3% 하락한 28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솔라나(SOL), XRP, BNB, 도지코인(DOGE) 등 주요 알트코인 역시 5~7%대 하락을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최근 몇 주간 쌓였던 과도한 롱 포지션과 얇은 유동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이날 급락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시장은 이미 11월 후반 거시 지표 악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 주말 거래량 부진이 겹치며 취약한 상태였고, 이번 강제 청산은 이러한 불안정한 기반에서 촉발된 연쇄 반응이었다.
여기에 이더리움(ETH) 기반 디파이(DeFi) 프로토콜인 연파이낸스(YFI)의 보안 사고가 또 한 번 시장을 흔들었다. 연파이낸스는 자체 yETH 유동성 풀에서 취약점이 발견돼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공격자는 단일 거래로 대량의 yETH를 발행해 약 1000 ETH(약 300만달러)를 토네이도 캐시로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손실 규모는 9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며칠 전 국내 거래소 업비트가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연달아 발생한 사고로, 기관 자금 유입으로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보안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비판을 다시 불러왔다.
◆ 中 "가상화폐는 불법 금융행위" 재확인·연파이낸스 900만달러 해킹
중국 당국의 강경 메시지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인민은행(PBOC)과 공안부 등 관계부처가 최근 회의를 통해 가상화폐는 법정 화폐 지위를 갖지 않으며, 관련 거래는 모두 불법 금융 행위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최근 투기 증가가 새로운 금융 리스크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과 불법 송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채굴과 투기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세계 3위 비트코인 채굴 허브로 올라선 상태다. 반면 홍콩은 별도의 법체계를 기반으로 규제 친화적인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며 중국 본토와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기관 수요 둔화도 시장 하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34억8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하며 2월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ETF에서도 14억2000만달러가 빠져나가 사상 최대 월간 유출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11월을 17.5% 하락으로 마감해 3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고, 이더리움 역시 22% 급락하며 2월 이후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 BOJ 금리 인상 신호까지 겹쳐 리스크 자산 매도 가속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도 시장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1일(현지시간) 나고야 경제인 행사에서 정책금리 인상의 "장단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발언 직후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일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일본 국채 수익률이 오를 경우,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유인이 약해지면서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이번 급락으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영구선물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추가 감소하며 10월 랠리 기간 쌓였던 레버리지가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포지션 구조가 지난주보다 "훨씬 정리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위험 선호가 여전히 취약한 만큼 미국 시장 유동성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시장 급락은 강제 청산이라는 기술적 요인에 연파이낸스 해킹, 중국발 규제 경고, ETF 자금 이탈, 기관 수요 둔화, 일본발 금리 충격까지 겹친 '복합 악재'의 결과였다. 다만 지나치게 쏠렸던 포지션이 빠르게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단기 반등 가능성도 일부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8만7000달러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레이첼 루카스 BTC마켓 애널리스트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지난 9~10월 랠리 당시 선반영됐다"며 "핵심 지지선인 8만 7000달러를 지키지 못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7만 500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