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 환율 언제까지…원자재·투자 비용 부담 '눈덩이'
일시적 수익성 개선 효과 제한적...美 현지 투자 비용 증가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 1500원 전망까지 나오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및 생산하는 기업들 중심으로 환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에다 환율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내년도 경영 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이미 내년도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거나 수입선 다변화, 수입 시점 조정 등 환율 변동 대응에 나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로 강달러가 수출 중심인 한국 기업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 대신 철광석과 원유,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 등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기업 실적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 1400원대 환율 언제까지…원자재·투자 비용 부담 '눈덩이'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을 좌우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제품을 팔고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 수출 기업에 호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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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고공 행진 관련 산업별 영향 [그래픽= AI] |
그러나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 수혜는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대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현지 투자 및 생산이 늘고,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의 상승으로 비용 증가 부담은 늘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철광석과 연료탄 등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최근엔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에다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등에서 달러로 원유를 사들이는 정유·석유화학업계도 비상이다. 환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져, 연간 10억 배럴 이상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에선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내리면(환율 상승) 환차손 부담이 1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도 대표적으로 환율에 민감하다. 항공기 리스(대여)비나 유류비를 대부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200억~30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 일시적 수익성 개선 효과 제한적...美 현지 투자 비용 증가
반면 자동차와 조선·해운업계는 환율 상승이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투자비 증가, 소비 위축에 따른 구매 축소 등의 부담이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환율 급등은 수출 단가가 올라가는 점에서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등 현지생산 비중이 높아 영향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업계도 원자재 가격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강달러 추세가 장기화하면 시설 투자 및 장비·설비 반입 비용이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회사들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강달러로 투자액 부담이 가중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환율을 1400원대로 예상하고 사업 계획을 짰는데, 1500원 얘기도 나오는 만큼 환율 리스크를 사업 계획에 추가로 반영해야 할 것 같다"며 "수입선 다변화나 내부 비용 절감을 통해 환율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