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원인···해외투자 확대와 대기업의 대미투자 달러 수요
"美 연준 금리인하 사이클 조기 종료되면 원화 추가 약세 가능"
"韓 경제 펀더멘털 견고, 대외 불확실성과 외환수급 악화에 저평가"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70원 전후로 뛰면서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유정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선임연구위원은 1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고환율에 대해 "지난해 계엄 사태와 올해 미국발 관세 전쟁 격화 시기에 기록했던 1480원대에서 1차 저항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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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이 연구위원은 "올해 원화는 대외 리스크를 보다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원화와 달러 간 탈 동조화 현상도 빈번하게 관찰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환율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주자의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수요가 지속된다면 150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예측했다.
◆ 환율 급등 가장 큰 원인은 서학개미 해외 투자...10월까지 246억달러(한화 약 36조원) 유출
고환율의 원인은 국내의 미국 투자와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거주자의 해외투자 자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2880억7827만달러로, 작년 한 해 동안 매수금액(2602억5153만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미국 주식 매도 금액까지 고려한 순매수 규모는 246억5000만달러(한화 약 36조원)로, 이 정도 규모의 달러가 해외로 순유출 된 셈이다. 환율 급등세가 심화된 10월 순매수 규모가 68억5000만달러(한화 약 10조원)에 달한다.
이 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AI(인공지능) 낙관론 등에 해외 주식 투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한 측면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여기에 기업들이 대미투자 확대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업체들의 환해지 비율 축소 가능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관세 불확실성이 재확대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돼 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된다면 원화의 추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내년 5월에 새로운 연준의장이 친트럼프 성향의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기대가 커질 수 있지만, 비둘기파적 의장이 들어서도 물가가 재상승할 경우 금리 인하 결정을 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유예 조치로 휴전 상태지만, 패권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시점에 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원화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미국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라며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가 예상보다 빠르게 축소된다면 환율은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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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5.11.14 dedanhi@newspim.com |
◆ "최근 원화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다소 괴리된 흐름"
그는 현재의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경제 펀더멘탈(토대)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최근 원화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다소 괴리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한국의 3분기 GDP성장률은 1.2%로 시장 예상을 상황했으며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하에서도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펀더멘털 측면이 견고함에도 미 관세와 통화정책 등 잔존하는 대외 불확실성과 악화된 외환수급 여건 등에 원화 저평가 국면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한국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며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고,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및 경상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기업의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확대되고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며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수입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연구위원은 이화여대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SGI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선임연구원이다. 전문 분야는 외환시장, 환율, 경제 및 거시금융 분석이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