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총출동했지만 성과 없어
진전 있다며 협상내용 함구…깜깜이 협상
트럼프 '선불' 요구 여전…보증비율 미지수
APEC 정상회의 앞두고 섣부른 타협 금물
[세종=뉴스핌] 최영수 선임기자 =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협상이 한걸음 진전을 보였지만, 핵심 쟁점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200억~300억달러 수준으로 분할해서 투자하고, 그에 상응하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 중 직접투자(현금) 비중을 최소화하고, 통화스와프도 체결하자는 게 정부의 목표지만 요원한 상황이다.
◆ 16일 협상 결과 '안갯속'…후속 협상도 미지수
20일 산업통상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방미 결과에서 일부 진전된 내용을 놓고 관계부처 간 후속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어떤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는지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세협상 관련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 세번째)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네번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오른쪽)과 한미 관세협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2025.10.19 dream@newspim.com |
관건은 우리 정부가 당초 요구했던 보증비율을 늘리고 연간 200억~300억달러 이내의 규모로 투자하는 것이다. 더불어 연간 투자규모에 해당하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핵심 요구사항들은 제대로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정부 안팎에서는 이달 31일 예정된 APEC 정상회의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상회의 이전에 한두 차례 추가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요구에 변함이 없는 상황이어서 큰 기대는 어려운 분위기다.
◆ 국익 저해하는 섣부른 타협 금물…장기전 감수해야
정부 안팎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의식해 섣부르게 타협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대미 주력 품목들이 수출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월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6.8% 늘었다. 대미 수출은 7.5% 줄었지만, 미국의 관세(25%)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 9월까지 누적 수출도 대미 수출은 14.4% 감소하며 고전했지만, 전체 수출은 2.2% 늘었다.
미국시장이 중요하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수출 품목들이 선전하고 있는 만큼, 불리한 조건으로 섣불리 타협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
관건은 대미 투자를 약속한 3500억달러(약 497조원)를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직접투자 방식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 부분을 양보하지 않는 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상호 호혜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선불)대로 투자할 수는 없다"면서 "이 부분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고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