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한옥 진현재, 작가 홍광현 초대전 선보여
대표작 '어제도 오늘도…' 등 20여 점 출품
전통서예 기반하되 현대적 미감 살린 작품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종로구 북촌길에 위치한 고즈넉한 한옥 '진현재'(대표 최현미)에서 홍광현(K. Hong) 작가가 초대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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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북촌 한옥갤러리 진현재에서 개막한 홍광현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2025. 종이에 먹, 68×69cm [이미지 제공: H3갤러리].. 2025.10.17 art29@newspim.com |
아티스트 홍광현은 오랜 시간 전통서예와 현대회화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진현재 초대전에는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허물고, 세련된 조형세계를 구축 중인 작가의 대표작들과 회화 작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문 디자인대학교인 패서디나 ACCD를 졸업한 홍광현 작가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자동차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인 등과는 별개로 순수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양한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홍광현은 특히 '먹'이라는 전통 소재에 매료돼 그 안에 담긴 침잠하는 듯한 컬러와 깊이를 표현하고자 10년 넘게 서예를 수련해왔다. 해서·행서·초서·예서·전서 등 서예필법 오체를 모두 공부하고 연구해온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에서 여러 차례 입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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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홍광현(1960~ ) '상상'. 2020. 종이위에 먹, 61×34cm [이미지 제공: H3갤러리] 2025. 10.16 2025.10.17 art29@newspim.com |
이번 진현재 초대전에 나온 작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화폭 전체에 굵고 힘찬 필획으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삼단 양식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어제는 다소 옅은 농담으로, 오늘은 가장 굵고 진한 농담으로 쓰여졌고, 살짝 여백을 준 뒤 써내려간 내일은 희망을 품은 듯 길게 필획이 화폭 바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간 존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 화폭 속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간성을 탐구한 이 작품은 서예인 동시에 회화성도 지니고 있어 하나의 완결된 현대미술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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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홍광현(1960~ ) '다이너마이트', 2024. 종이에 먹, 146×132cm [이미지제공: H3갤러리] 2025.10.162025.10.17 art29@newspim.com |
작가는 "글씨가 곧 그림이고, 그림이 곧 글씨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홍광현은 전통 서예를 창작의 기반으로 하되, 서예의 고답적인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적인 현대 조형예술을 창출해내고 있다. 먹의 깊이와 색감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이면서도 새로운 조형언어를 구축해온 것.
멈추지 않는 실험정신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문자와 회화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과 독특한 미감을 제안한다. 그에따라 홍광현의 작업들은 동시대성과 세계성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현대 서예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변주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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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북촌 한옥갤러리 진현재 담장에 전시된 홍광현(1960~ ) 작 '한산'. 2025. 종이에 먹. 138×275cm [이미지제공:H3갤러리]. 2025.10.17 art29@newspim.com |
삼청동 언덕길에 위치한 진현재의 창문 너머로 인왕산이 보이는 가운데 걸린 홍광현의 현대서예 작품 '서·화' 연작은 겸재 정선의 걸작 '인왕재색도'를 떠올리며 감상하면 또다른 멋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또 대청마루에 걸린 대형 작품 '다이너마이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인 BTS의 곡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네 폭의 한지에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필치로 '다이너마이트'라는 글씨를 반복적으로 써내려가 파워풀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구현했다.
조용한 한옥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홍광현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무료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