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따라 성능도 달라진다"
"정비내역·항주기록 꼼꼼히 봐야"
[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륜경정총괄본부는 경정에서 사용하는 모터는 모두 동일한 제작 공정을 거쳐 탄생하지만, 각각의 개체는 미묘하게 다르고, 날씨에 따라 기력이 달라진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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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경정장에서 선수들이 플라잉 스타트로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선수들이 같은 모터를 타도 성적이 다른 이유다. 현재 미사경정장에서 사용 중인 모터는 총 110대.
모터의 기력(性能)은 곧 성적과 직결되기에 선수들은 배정받은 모터 상태에 따라 전법을 유연하게 바꾸며 경주에 임한다.
지난해 5월 29일 실전에 투입된 현 모터군 중, 도입 초기인 여름 시즌(5~8월) 가장 강력했던 모터는 19번 모터였다.
총 25회 출전해 1착 16회, 2착 2회, 3착 2회, 승률 64%, 연대율 72%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19번 모터는 선수들 사이에서 "믿고 타는 모터"로 통했다. 뒤이어 66번·40번·67번·27번 모터가 상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진 가을부터는 흐름이 바뀌었다. 9월~12월 사이에는 34번 모터가 두각을 나타냈다.
해당 기간 24회 출전에서 1착 15회, 2착 4회, 3착 3회, 승률 62.5%, 연대율 79%를 기록하며 겨울 최강 모터로 자리 잡았다. 이후 97번, 44번, 95번, 49번 모터가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모터는 계절별로 흐름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전반기(1~6월)에는 58번 모터가 압도적이었다. 총 54회 투입되어 1착 20회, 2착 8회, 3착 13회, 승률 37%, 연대율 51.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76번, 86번, 60번, 37번 모터 순이었다.
후반기(7월 이후)에는 32번 모터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32회 출전 중 1착 14회, 승률 43.8%, 연대율 59.4%를 기록 중이다. 그 뒤를 23번(승률 34.2%), 11번(승률 47.8%), 73번, 65번 모터가 잇고 있다.
이는 계절과 기온, 습도 변화에 따라 모터의 회전감도와 추진력이 달라지는 경정 특성 때문이다. 즉, '모터도 계절을 탄다'는 말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큰 대회일수록 '모터빨'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 중심에는 단연 88번 모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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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 경정장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모터보트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88번 모터는 지난해 6월 왕중왕전 2위, 쿠리하라배 2위, 올해 6월 왕중왕전 1위를 포함해 모터 교체 이후 치러진 대상경주 7차례 중 5차례 입상(1위 1회·2위 2회·3위 2회)을 기록했다.
19번 모터 역시 지난해 왕중왕전과 쿠리하라배에서 1위를 차지해 '빅레이스 특화 모터'로 불린다.
예상지 경정코리아의 이서범 경주분석위원은 "모터는 기온과 수온, 정비 상태에 따라 기력이 달라지는 '살아 있는 기계'"라며 "최근 성적뿐 아니라 정비내역, 항주기록, 모터 점검일자까지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88번처럼 대상경주에서 유독 강한 모터가 있다"며 "팬이라면 계절·정비주기·대회별 성향을 모두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