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올해 노벨 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를 개발한 과학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기체나 기타 화학물질 등 분자가 드나들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가진 분자 구조물이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수집하고 물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수소를 저장하는 등의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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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홈페이지=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25년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수수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왼쪽부터). 2025.10.08. ihjang67@newspim.com |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M.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 6일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일본의 31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를 개발했다"며 "이들의 연구 업적은 화학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이너 링케 노벨 화학상위원회 위원장은 "금속·유기 골격체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을 가진 맞춤형 물질을 만들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세 과학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분자 구조물은 금속 이온이 모서리 역할을 하며 긴 유기(탄소 기반) 분자들에 의해 서로 연결된다.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들은 함께 배열되어 커다란 공동(cavity)을 포함한 결정(crystal)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다공성(多孔性) 물질이 금속·유기 골격체이다.
이 구조 안엔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있어 공기 중의 가스나 화학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노벨위원회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구성하는 빌딩 블록을 다양하게 조합함으로써 화학자들은 특정 물질을 포집하거나 저장하도록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또한 금속·유기 골격체는 화학 반응을 유도하거나 전기를 전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획기적인 발견 이후 수만 종의 다양한 금속·유기 골격체를 개발했고, 이들 중 일부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금속·유기 골격체는 롭슨 교수가 1989년에 처음 만들었다. 금속과 분자를 엮어 다이아몬드처럼 구멍이 많은 구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너무 약해 오래 가지 못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이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구조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예측했다.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구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분자 설계를 조절함으로써 물을 저장하거나 가스를 흡착하는 등 특정 기능을 내세운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생리의학상(6일)과 물리학상(7일), 화학상을 발표한 데 이어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수상자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000만원)를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