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하면서 적용 기간 늘린 회사·별도 조치 없이 임금만 삭감한 재단
인권위 "임금피크제, 단순 임금 삭감 아닌 고령 근로자 고용 안정 제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특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에게 일정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적절한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관련 진정이 제기된 A회사와 B재단에 대해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A회사 직원인 진정인 두 명은 입사 당시 정년을 60세에서 58세로 변경한 뒤 다시 60세로 연장하면서 시행한 임금피크제에서 별도 보상 조치 없이 임금만 삭감됐다. 이들은 나이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한 사항이어서 유효하며 현재 임금피크제 보완조치 개선안에 대해 노동조합 측에 교섭을 요청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회사 측은 근로자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을 최소 3년에서 최대 6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연장된 정년에 비해 2배 이상의 기간 동안 임금을 감액해 진정인들은 실질적으로 기존 대비 연간 약 35% 수준 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한다.
인권위는 정년 연장 대가로 보기에 임금 감액 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회사의 조치가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회사 측이 임금피크제 보완 조치로 제안한 직무 전환을 위한 교육비 지급(4년간 매년 100만원 한도 내 지급)과 연 12일 유급휴가 부여는 삭감된 임금에 상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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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인권위] |
B 재단은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중 마지막 3개월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보상조치 없이 임금만 삭감했다. 다른 진정인 두 명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재단은 임금피크제 도입 후 운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운영규정을 개정했다며 진정인들과 개별 합의를 통해 3개월간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임금피크제 전체 적용 기간을 포괄하는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결과적으로 진정인들에게 불리하게 제도가 운영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두 진정 사건에 대해 "임금피크제는 단순한 임금 삭감 제도가 아닌 고령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조직의 인력 운용을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보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