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개최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글로벌 통상 리스크와 재해·재난으로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과 호주 경제계가 함께 모여 핵심광물·청정에너지 등 전통적 영역을 넘어 첨단 방위산업, 인공지능(AI) 혁신, 재난대응과 산업안전 등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 호-한 경제협력위원회(AKBC)와 함께 17일 서울에서 제46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산업계의 높아진 안전 요구를 반영해, 호주의 선진 경험을 공유하는 등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축사에 나선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 양국 간 공급망 안정성 강화와 청정경제 협력 등 미래지향적 논의가 확대되는 것은 큰 의의가 있으며, 정부도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면밀히 뒷받침하겠다"고 격려의 뜻을 전했다. 매들린 킹 호주 자원부 장관도 영상 축사를 통해 양국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함께 나아가고 있음을 환영했다.
장인화 한-호 경제협력위원회(KABC)위원장(포스코홀딩스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회의는 투자 확대를 넘어 산업 안전과 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러한 과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고민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한호 경협위의 논의가 APEC 등 국제무대에서 양국 협력 모델 확산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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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전경 [사진=뉴스핌DB] |
이어진 본회의에서는 재난 대응과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를 위한 양국의 우수사례를 소개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호주 측에서는 GS건설 현지 법인의 홀리 헤이버스 이사와 그린수소 엔지니어링 기업 일렉시드(Elecseed)의 로버트 사운더스 법인장이 각각 본인들의 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한국 기업과 호주 기관이 함께 AI 기반의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과 공동 훈련 프로그램 등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은 지역사회의 재난 인프라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그룹사가 공동으로 주민과 의용소방대 교육훈련, 소방 장비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부상되고 있는 방위산업 대한 양국 간 협력을 고도화 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마틴 퍼거슨 호주 측 위원장(AKBC 회장)은 "호주의 한국전 참전으로 시작된 양국의 방위 협력은 지금까지 한국–호주 관계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며 "역내 평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고든 플레이크 호주 퍼스 미국 아시아센터 소장 역시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 증액이 예상되는 가운데, 호주에게도 전통적인 서구 파트너 외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와의 파트너십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백우열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자체적 안보 책임이 강화되는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한-호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며,"이를 위해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 참여 안보협의체) 필라 2 가입 등 양국 협력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라고 강조했다. 이를 더 현실화 할 구체적인 방법으로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전통적인 무기체계를 넘어 AI 유·무인복합체계와 같은 신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을 제안했다.
핵심광물과 청정에너지 세션에서는 그린수소와 희토류 분야에서 한국과 호주의 밸류 체인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어, 호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한국의 발전된 산업 및 기술 역량을 통해 양국은 수소, 암모니아, 대규모 배터리 저장 분야의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제기하였다. 고려아연 또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호주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장기적으로는 호주 생산 수소로 한국에서 그린메탈을 생산하는 윈윈(win-win)전략을 소개했다.
한편 호주 희토류 기업 아라푸라(Arafura Rare Earth)는 호주가 단순한 자원 공급을 넘어 가공 역량까지 갖추고 있음을 부각하며, 희토류 원광에서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까지 일괄 처리가 가능한 자사의 시스템을 소개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핵심광물 투자와 더불어 핵심광물 R&D Lab 설립을 통해 양국의 연구 협력 기반도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미국발 통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및 교역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이날 양국 경제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협정이자 최고 수준의 통상 규범을 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 가입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 외에도 양 측은 ▲녹색경제동반자협정 후속 이행 ▲오커스(AUKUS) 필라 2 협력 ▲AI 국제 거버넌스 방향성 논의 ▲자연재해·산업안전 대응 협력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회의와 함께 진행된 '한-호주 교류의 날(Korea-Australia Day)' 행사에서는 양국 경제인들이 양국의 식음료를 함께 즐기며 교류의 깊이를 더했다. 호주 와인 기업 이든베일(EDENVALE)의 무알콜 와인과 함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와 소바바 치킨이 더해진 이날 경협위는 문화와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경제 협력의 의미를 한층 부각시켰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 위원장인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비롯,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조성한 GS건설 부사장, 이창현 LX인터내셔널 전무,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전무 등 한국 주요 기업 임원진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호주 측에서는 마틴 퍼거슨 위원장을 비롯해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 데브라 헤이즐턴 호주수출금융공사(Export Finance Australia) 의장, 호주 희토류 기업 아라푸라(Arafura Rare Earth)의 대릴 쿠주보 CEO, 호주 자원 개발 기업 행콕(Hancock Iron Ore)의 캐서린 새비지 대외협력총괄 등 산업·에너지·금융계 대표들이 함께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