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동맹 폴란드, 러 드론 격추하며 확전 불안감 고조
트럼프, 러시아 압박 위해 EU에 중국·인도 관세 부과 요청
미국 8월 생산자물가 예상 밖 하락...9월 금리 인하 굳히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 고조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1달러 넘게 올랐다. 다만 원유 재고 증가 소식은 상승폭을 제한했다. 국제금값은 계속되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사상 최고치 부근에 머물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1.10달러(1.7%) 오른 배럴당 67.49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1.04달러(1.7%) 오른 배럴당 63.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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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를 대규모로 공격하던 중 폴란드가 자국 영공에서 드론을 격추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무력 사용에 나선 첫 사례다.
다만 당장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은 나타나지 않았다.
SEB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닥칠 공급 과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화요일보다 2달러 낮다.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대체로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평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유럽연합(EU)에 러시아 원유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 논의를 위해 워싱턴을 찾은 EU 관리들과의 회동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더 빠르게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EU 관계자들에 따르면 27개 회원국이 인도나 중국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편,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6~17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확신 중이며, 이는 경제 활동을 부양해 원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향후 몇 년간 글로벌 경제의 강한 성장이 원유 수요를 늘릴 것이라면서도, 미국 원유 생산은 당분간 정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와 휘발유 및 정제유 재고가 모두 늘었다고 발표해 유가 상승폭을 제한했다.
EIA에 따르면, 9월 5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 재고는 390만 배럴 증가했다. 로이터 설문에서 애널리스트들은 100만 배럴 감소를 예상했었다. 휘발유 재고는 150만 배럴 증가했는데, 시장 예상치였던 20만 배럴 감소와는 반대였다. 디젤 및 난방유를 포함하는 정제유 재고는 470만 배럴 늘어나며 예상치(3만5천 배럴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어게인캐피탈 파트너 존 킬더프는 "매우 약세적인 보고서였다. 가장 큰 뉴스는 원유 재고가 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휘발유 재고도 큰 폭 증가했다. 이제 미국 여름 드라이빙 시즌 이후 휘발유 수요가 얼마나 급감할지 지켜봐야 하는데,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경제 지표들이 특히 노동시장에서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이번 휘발유 수요 약세와 낮은 수출 패턴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둔화의 또 다른 신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 가격은 도매물가가 예상을 깨고 하락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영향에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전날과 비슷한 온스당 3,682달러에 마감됐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11일 오전 3시 17분 기준 전날보다 0.6% 상승한 온스당 3,647.9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1% 떨어졌다. PPI가 하락한 것은 4개월 만으로,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을 크게 밑돈 결과다.
씨티인덱스 및 포렉스닷컴 시장 분석가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미국 경제 지표가 추가로 약세를 보인다면, 올해 안에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으며 금값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CME의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시장은 9월 16~17일 열리는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 반영하고 있으며, 그보다 큰 폭의 인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11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다. 이는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액티브트레이즈 수석 애널리스트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는 "3,750달러 선이 다음 주요 저항선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 수준 위에서의 안착이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금값이 3,9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