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도매물가 '깜짝' 하락…연준 금리 인하 기대 강화
11일 8월 CPI 발표 주목
오라클, 대규모 AI 계약 소식에 36.07% 급등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10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예상보다 약한 도매 물가 오름세와 오라클의 급등은 이날 주식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다만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시장에서는 경계감도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0.42포인트(0.48%) 내린 4만5490.92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43포인트(0.30%) 오른 6532.0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6.57포인트(0.03%) 상승한 2만1886.06으로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3대 지수는 혼조세로 출발했다. 개장 전 발표된 8월 도매 물가 지표는 예상을 깨고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0.3%의 상승률을 예상했었다. 전년 대비로 PPI는 2.6%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PI도 한 달 전보다 0.1% 내렸다.
이처럼 예상보다 약한 도매 물가 오름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6~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근거를 더해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p)) 내릴 가능성을 92.1%로 반영 중이다. 50bp 인하 기대로 7.9%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미 국채 수익률에도 반영됐다. 이날 미국 동부 시간 오후 3시 37분 글로벌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3bp 하락한 4.044%를 기록했다. 다만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0.2bp 오른 3.544%를 가리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 투자 전략가는 "P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고 고용 지표도 예상보다 훨씬 더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할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연준이 하고 싶은 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을 묘사한 것처럼 너무 느리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고 최소한 전반적인 경기 약화 추세를 따라가거나 앞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지금부터 연말까지 시장에 확실히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11일(내일) 발표되는 8월 CPI 수치를 주목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8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9% 각각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7월 CPI는 한 달 전보다 2.7%, 1년 전보다 0.3% 각각 올랐었다. 8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로 각각 예측됐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시장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들은 전년 대비 수치가 다시 3% 아래로 내려온 것을 반가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셀 전략가는 이어 "최근의 부진한 고용 지표와 맞물려 이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유지하게 한다"며 "다만 금리 인하의 속도와 강도는 내일 발표될 주요 CPI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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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9.11 mj72284@newspim.com |
◆ 오라클, 1992년 이후 최고의 하루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주가 강세도 시장 심리를 지지했다. 오라클은 전날 지난달 31일 종료된 분기에 3170억 달러의 미래 계약 매출을 추가했으며 고객사 3곳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이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오라클이 '새로운 엔비디아'라고 불리며 목표 주가 상향 조정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라클 주식은 뉴욕증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날 오라클은 36.07% 급등한 328.62달러에 마감해 1992년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멜리어스 리서치의 벤 라이트스 애널리스트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제 이 수치에 스타게이트(Stargate) 벤처와 다른 두 개의 대형 인공지능(AI) 기업의 기여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며, 이는 2026년 이후의 매출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 문제가 빈번히 언급되고 있다.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노시 수석 투자 책임자는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며 "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인정해야 하며, 이는 지속적인 상승세에 자연스러운 긴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는 기술업과 에너지업이 1.76%씩 상승해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재량 소비업은 1.59% 내렸으며 필수 소비업종도 1.06% 하락했다.
기타 특징주를 보면 오라클 강세에 AI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3.85% 상승했으며 브로드컴도 9.77% 올랐다.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역시 2.39% 상승했다.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 업체들도 강했는데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비스트라는 각각 6.38%, 8.02% 올랐다.
이날 뉴욕증시에 데뷔한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의 주가는 15.83% 급등했다. 게임스탑은 실적 호조로 3.43% 상승했다.
반려동물용품 업체 츄이의 주가는 예상보다 가파른 순익 감소에 16.63% 급락했다. 애플은 전날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AI 관련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로 3.23%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2.26% 오른 15.38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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