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조, '합병 반대' 파업 나서
노사현장 혼란 우려 현실화...보완 입법 필요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 관계법 2·3조 개정안)이 아직 공포 및 시행도 되기 전에 산업계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기존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사업 통폐합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으로 확대시켰는데, 경영상 판단을 두고 노조가 파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에 이어 오는 5일까지 나흘 연속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조, '합병 반대' 파업 나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5월 임금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5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는데, 지난 파업은 임금 협상 관련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노조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파업을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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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부근에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집회 참석자들은 올해 말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보장 방안을 요구했다. 2025.08.27 yym58@newspim.com |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조선 등 HD현대 조선 3사가 공동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과 합병 결정을 두고 양사 노조가 "일방적인 합병 발표는 문제가 있다"며 "공동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회사의 '경영상 판단'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합병으로 인한 전환 배치, 국내 생산물량 감소 등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하며 고용안정 협약서 작성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 철수설과 사측의 자산 매각 추진 등 역시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반대하며 한국GM 노조도 부분파업에 나섰다.
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SK에코플랜트가 짓고 있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의 추가 고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이 줄어드는 단계에서 SK에코플랜트가 이런 요구에 난색을 표하자 SK에코플랜트가 아닌 SK그룹을 상대로 시위에 나선 것이다.
◆ 노사현장 혼란 우려 현실화...보완 입법 필요
앞서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는 노조 교섭 대상인 '사업자' 범위를 '근로 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혔다. 이에 따라 하청 업체 노조가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회사가 경영상의 판단으로 실시하는 구조 조정, 정리 해고 등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면 파업과 같은 쟁의 행위가 가능해진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도 되기전에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회사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당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보완 입법 등 필요한 조치가 없으면 산업 현장의 노사 혼란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