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트럼프식 '거래 외교' 맞아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미국 우선주의' 태도에 맞서 불쾌한 상황 피해가기 주력 예상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인 2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에 나서면서 중대한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이번 정상회담은 특히 70년 넘게 이어져온 한국과 미국 양국 간 동맹관계가 '거래 외교'라는 트럼프식 접근법에 따라 재정의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점에 열리는 데 미국 내 현지 언론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태도로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지닌 '트럼프 리스크'를 헤쳐 나가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며 회담 내용뿐 아니라 진행방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로이터 통신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이 한미 양국의 수십 년 된 동맹관계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변화에 맞서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갖는다고 이 날 보도했다. 로이터는 보수 성향의 전임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 워싱턴의 극찬을 받았지만 계엄선포 뒤 실각해 조기 대선이 실시됐고 이 대통령이 취임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군사적으로 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을 '돈찍는 기계(money machine)'처럼 이용한다고 비판해 온 점을 감안해 이 대통령은 불쾌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데 주력할 걸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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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1일, 대한민국 서울의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도 이 날 이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대북억제 중심의 71년 된 한미 군사동맹을 대중국 견제 쪽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한미동맹 현대화'에 대해 "우리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백악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난관을 짐작게 했다고 짚었다.
AP통신도 지난 22일 이번 정상회담을 '트럼프 리스크' 헤쳐나가기로 정의하면서 무역, 안보, 동맹에 대한 질서를 재정립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움직임에 맞서 미국의 동맹국들이 겪고 있는 고군분투의 한 예로 평가했다. 오랜 동맹국인 한국을 향한 트럼프식 거래 외교가 무역을 넘어 안보로까지 확장돼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주둔 미군 지원에 더 많은 비용을 댈 것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미국의 리더십과 안보 공약 후퇴에 대한 우려가 아시아 지역에서 커지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앞둔 우려의 시선을 전했다. 이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트럼프 리스크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한미동맹의 첫 발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