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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의 외교포커스]트럼프 상대로 원자력협정 개정 시도...무리수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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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재처리' 확보해 '핵연료 주기 완성' 추진
'핵무장 의구심' 커진 상황에서 의외의 승부수
예측 불가 트럼프 시대..."턱없는 꿈 아니다"
"평화적 핵이용 주권 요원해 질 수도" 우려도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미는 이미 물밑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다.

현행 협정은 2015년에 만들어져 2035년까지 효력을 갖는다. 유효 기간이 10년이나 남아 있는 협정을 서둘러 개정하려는 이유는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권한을 얻기 위해서다. 현행 협정에서는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 시도는 이 족쇄를 풀겠다는 의미다.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5,6호기[사진=뉴스핌DB]

군사적 목적이 아닌 산업·의료용 등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농축·재처리를 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모든 핵비보유국에게 주어진 권리다. 하지만 농축 우라늄과 재처리를 통해 추출된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평화적 핵이용과 핵무기 원료 제조는 사실상 동전의 앞뒤면과 같다.

만약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다면 이는 '평화적 핵이용을 통한 핵연료 주기 완성' 즉, 핵주권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 보유'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게 되면 잠재적 핵능력은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어서 굳이 안보상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 정부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한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다 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협정 개정을 통해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핵확산 신용 불량자 한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핵확산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끄트머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을 언급하면서 '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우크라 전쟁으로 핵연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을테니 그걸 빌미로 농축을 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경고였다.

핵확산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 역시 전임자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강경하다. 대선 캠페인에서도 핵확산 우려를 수차례 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 정부가 합의한 이란 핵합의(JCPOA)가 유약한 굴복이라고 비난하며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격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미국의 강고한 핵비확산론자들의 입지는 불변이다.

핵확산에 관한 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신용 불량자 취급을 받는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을뿐 아니라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에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시도했다. 2004년에는 레이저 기법으로 몰래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발각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엔 '독자 핵무장' 주장이 시작됐고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국민 절반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 2011년 한·미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했을때 한국은 농축·재처리 권한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4년 6개월의 긴 협상에도 불구하고 얻어내지 못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외교부] 2025.08.01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협정 개정에 나선 것은 의외다. 효력이 아직 10년이나 남아 있는데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다. 또 지난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핵무장론, 잠재적 핵능력 확보 주장 등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모두 우려의 눈길로 지켜봤다.

과거의 전력 때문에 농축·재처리 확보는 장기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작업을 거쳐도 될까 말까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최대로 커진 상황에서 미국을 상대로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어떤 명분으로 설득할 것인가

한국이 농축·재처리를 하려면 굳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동의해 주거나 묵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원자력 협정은 미국에서 비롯된 물질과 장비를 통해 농축·재처리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물질과 장비를 갖고 하면 협정 위반이 아니다. 하려면 현행 협정에서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 관계가 파탄날 것을 우려해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협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미국을 어떤 논리로 설득하느냐이다. '평화적으로만 핵을 이용할 건데 왜 농축·재처리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안보상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경제·환경 등 다른 분야의 이유를 대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원전 수출'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과 처분'을 내세웠다. 원전 수출을 원활하게 하려면 핵연료를 공급할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최종처분장에 넣으려면 재처리를 해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는 미국을 납득시킬 가능성이 없다.

월성원자력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사진=뉴스핌DB]

핵연료는 제조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것이 훨씬 싸다. 이런 시장 구조가 깨지면 너도 나도 핵연료 제조를 위해 농축을 하겠다고 할 것이므로 국제비확산체제가 무너진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핵공급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전세계 핵연료의 50% 정도는 러시아가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서방에 핵연료를 수출한다. 미국도 러시아의 핵연료 수출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미국도 농축을 하지 않고 러시아의 핵연료를 사다 쓰기 때문이다. 핵연료 제조는 독점적 산업이 아니다. 만약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가 생산을 늘리면 되기 때문에 희토류처럼 무기화할 수 없다. 경제적 이유로나 안보적 이유로나 핵연료를 직접 제조해야 하는 명분을 찾는 것은 어렵다. 얼마든지 사다 쓸 수 있는 핵연료를 원전 수출에 옵션으로 끼워 넣은들 유리할 것이 없다.

재처리의 명분을 대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핵무기 제조 목적이 아니라면 사용후 핵연료를 해체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에 들어 있는 1%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면 나머지는 여러가지 우라늄 성분이 섞인 '더티 우라늄'이 남는다. 이걸 재활용하는 나라는 없다. 또 추출된 플루토늄과 우라늄 합성물질로 만든 '목스(MOX) 연료'는 보통 연료에 비해 몇배나 비싸기 때문에 핵연료 재활용을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다. 방사성 물질이 갇혀 있는 사용후 연료봉을 해체하면 관리해야 할 폐기물이 늘어난다. 부피가 줄어든다고 처분장 부지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처분장 부지 면적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발열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처분장 부지 확보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사용후 핵연료를 해체하고 플루토늄을 추출할 재처리 시설 부지는 또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난감하다.

핵폐기물 관리와 저장 문제가 재처리와 무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문제는 원자력협정 개정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 저장하기 위한 부지와 시설을 확보해야 해결할 수 있다.

■트럼프이기에 가능하다는 역설

정부가 진정으로 농축·재처리를 얻고자 하는 것인지, 미국의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적 요구에 대응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들고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 협정 개정을 시도하기에는 시기적으로나 여건상 절대적으로 불리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정부 내에는 지금이 농축·재처리 확보에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기류가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와 구매를 강요하고 국제법이나 관례에 아랑곳하지 않는 '비전통적 미국 대통령'이다.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비정상이 정상으로 자리 잡아가는 변화의 시대다. 정상적 관점에서 한국이 지금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농축·재처리를 얻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기존의 규칙과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혼돈의 시기이므로 오히려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협정 개정을 시도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다른 것을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간에는 이미 실무 차원에서 협정 개정에 대한 의사 타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확보가 과거처럼 턱도 없는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정 개정 시도 자체가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 내 핵비확산 동향에 정통한 소식통은 "핵비확산 문제는 트럼프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아무리 예상 밖의 결정을 잘 내리는 트럼프라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리한 농축·재처리 확보 시도로 인해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핵연료 사이클 완성'이라는 목표가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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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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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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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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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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