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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의 외교포커스]트럼프 상대로 원자력협정 개정 시도...무리수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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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재처리' 확보해 '핵연료 주기 완성' 추진
'핵무장 의구심' 커진 상황에서 의외의 승부수
예측 불가 트럼프 시대..."턱없는 꿈 아니다"
"평화적 핵이용 주권 요원해 질 수도" 우려도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미는 이미 물밑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다.

현행 협정은 2015년에 만들어져 2035년까지 효력을 갖는다. 유효 기간이 10년이나 남아 있는 협정을 서둘러 개정하려는 이유는 핵연료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권한을 얻기 위해서다. 현행 협정에서는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 시도는 이 족쇄를 풀겠다는 의미다.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5,6호기[사진=뉴스핌DB]

군사적 목적이 아닌 산업·의료용 등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농축·재처리를 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모든 핵비보유국에게 주어진 권리다. 하지만 농축 우라늄과 재처리를 통해 추출된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평화적 핵이용과 핵무기 원료 제조는 사실상 동전의 앞뒤면과 같다.

만약 한국이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는다면 이는 '평화적 핵이용을 통한 핵연료 주기 완성' 즉, 핵주권 완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 보유'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농축·재처리 권한을 갖게 되면 잠재적 핵능력은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어서 굳이 안보상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 정부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한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다 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협정 개정을 통해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핵확산 신용 불량자 한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핵확산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끄트머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을 언급하면서 '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우크라 전쟁으로 핵연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을테니 그걸 빌미로 농축을 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경고였다.

핵확산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 역시 전임자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강경하다. 대선 캠페인에서도 핵확산 우려를 수차례 표명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 정부가 합의한 이란 핵합의(JCPOA)가 유약한 굴복이라고 비난하며 파기해 버렸고 급기야 이란 핵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격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미국의 강고한 핵비확산론자들의 입지는 불변이다.

핵확산에 관한 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신용 불량자 취급을 받는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도한 적이 있을뿐 아니라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에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시도했다. 2004년에는 레이저 기법으로 몰래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발각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엔 '독자 핵무장' 주장이 시작됐고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국민 절반 이상이 핵무장에 찬성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 2011년 한·미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했을때 한국은 농축·재처리 권한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4년 6개월의 긴 협상에도 불구하고 얻어내지 못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국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외교부] 2025.08.01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협정 개정에 나선 것은 의외다. 효력이 아직 10년이나 남아 있는데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다. 또 지난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핵무장론, 잠재적 핵능력 확보 주장 등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모두 우려의 눈길로 지켜봤다.

과거의 전력 때문에 농축·재처리 확보는 장기간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작업을 거쳐도 될까 말까한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최대로 커진 상황에서 미국을 상대로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어떤 명분으로 설득할 것인가

한국이 농축·재처리를 하려면 굳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동의해 주거나 묵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원자력 협정은 미국에서 비롯된 물질과 장비를 통해 농축·재처리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물질과 장비를 갖고 하면 협정 위반이 아니다. 하려면 현행 협정에서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 관계가 파탄날 것을 우려해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협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미국을 어떤 논리로 설득하느냐이다. '평화적으로만 핵을 이용할 건데 왜 농축·재처리가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안보상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경제·환경 등 다른 분야의 이유를 대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원전 수출'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과 처분'을 내세웠다. 원전 수출을 원활하게 하려면 핵연료를 공급할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농축을 해야 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최종처분장에 넣으려면 재처리를 해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는 미국을 납득시킬 가능성이 없다.

월성원자력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사진=뉴스핌DB]

핵연료는 제조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것이 훨씬 싸다. 이런 시장 구조가 깨지면 너도 나도 핵연료 제조를 위해 농축을 하겠다고 할 것이므로 국제비확산체제가 무너진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핵공급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전세계 핵연료의 50% 정도는 러시아가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서방에 핵연료를 수출한다. 미국도 러시아의 핵연료 수출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미국도 농축을 하지 않고 러시아의 핵연료를 사다 쓰기 때문이다. 핵연료 제조는 독점적 산업이 아니다. 만약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가 생산을 늘리면 되기 때문에 희토류처럼 무기화할 수 없다. 경제적 이유로나 안보적 이유로나 핵연료를 직접 제조해야 하는 명분을 찾는 것은 어렵다. 얼마든지 사다 쓸 수 있는 핵연료를 원전 수출에 옵션으로 끼워 넣은들 유리할 것이 없다.

재처리의 명분을 대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핵무기 제조 목적이 아니라면 사용후 핵연료를 해체해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에 들어 있는 1% 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면 나머지는 여러가지 우라늄 성분이 섞인 '더티 우라늄'이 남는다. 이걸 재활용하는 나라는 없다. 또 추출된 플루토늄과 우라늄 합성물질로 만든 '목스(MOX) 연료'는 보통 연료에 비해 몇배나 비싸기 때문에 핵연료 재활용을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이다. 방사성 물질이 갇혀 있는 사용후 연료봉을 해체하면 관리해야 할 폐기물이 늘어난다. 부피가 줄어든다고 처분장 부지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처분장 부지 면적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발열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처분장 부지 확보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사용후 핵연료를 해체하고 플루토늄을 추출할 재처리 시설 부지는 또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도 난감하다.

핵폐기물 관리와 저장 문제가 재처리와 무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 문제는 원자력협정 개정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 저장하기 위한 부지와 시설을 확보해야 해결할 수 있다.

■트럼프이기에 가능하다는 역설

정부가 진정으로 농축·재처리를 얻고자 하는 것인지, 미국의 감당하기 어려운 안보적 요구에 대응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원자력협정 개정을 들고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 협정 개정을 시도하기에는 시기적으로나 여건상 절대적으로 불리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정부 내에는 지금이 농축·재처리 확보에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기류가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와 구매를 강요하고 국제법이나 관례에 아랑곳하지 않는 '비전통적 미국 대통령'이다. 평소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비정상이 정상으로 자리 잡아가는 변화의 시대다. 정상적 관점에서 한국이 지금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농축·재처리를 얻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기존의 규칙과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혼돈의 시기이므로 오히려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협정 개정을 시도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어차피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다른 것을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간에는 이미 실무 차원에서 협정 개정에 대한 의사 타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확보가 과거처럼 턱도 없는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정 개정 시도 자체가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 내 핵비확산 동향에 정통한 소식통은 "핵비확산 문제는 트럼프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아무리 예상 밖의 결정을 잘 내리는 트럼프라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리한 농축·재처리 확보 시도로 인해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핵연료 사이클 완성'이라는 목표가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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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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