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외화증권 결제금액 212조원…전년 동기 48% ↑
증권사 해외 주식 중개 수수료, 지난해 기준 1조원 돌파
"담보대출 등 신용공여 금리까지 내리는 형식으로 갈 것"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미국 주식 투자 열풍 속에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제로(0)'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올 2분기 외화증권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증하면서 고객 쟁탈을 위한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532억579만달러(약 212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1034억886만달러·약 143조원)보다 약 48%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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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해외 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은 2019년 1634억원에서 ▲2020년 5467억원 ▲2021년 8508억원 ▲2022년 7243억원 ▲2023년 69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조4431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시장이 커지자 고객 유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신규·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미국 주식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조건은 다르지만 일정 기간 미국 주식 수수료를 받지 않는 유사한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증권사들은 단순 수수료 인하를 넘어 소수점 거래 도입, 해외 리서치 강화 등 차별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에서 시작된 경쟁이 향후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해외 리서치 등 부가 서비스 중심의 경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며 거래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마케팅 경쟁이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대형사 중심의 독과점 구도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의 근간이 되는 수익인데,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수수료 이벤트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담보대출 등 신용공여수익의 금리까지 내리는 형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