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선풍기 없이 찜통 더위 그대로 노출
작업일수 줄고 상품성 떨어져 농가 소득 하락
전문가 "농작물재해보험, 폭염 피해 반영해야"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야외 노동자, 농어민, 주거취약계층 등 기후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40도 넘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기후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을 견디는 기후취약계층의 현실을 집중 조명하고, 대안책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갈수록 날씨가 뜨거워져서 걱정이에요. 앞으로는 여름 농사는 못 질 것 같아요."
지난 27일 충남 부여의 비닐하우스 작업장에서 만난 농민 유승목(63세, 남) 씨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방울토마토를 포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유 씨는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채광막을 비닐하우스 지붕에 덮어 그나마 시원하다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에어컨이 있는 컨테이너가 휴식공간인데, 방울 토마토를 따는 작업장과 거리가 있어 일을 하다가도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
유 씨는 "채광막이 비닐하우스에 직사광선을 피하게 해준다"며 "이거 없으면 쓰러져서 죽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비닐하우스는 채광막을 해 작업 환경이 그나마 좋은 편"이라며 "시설을 갖추려면 돈이 많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은 투자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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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27일 방문한 충남 부여 한 비닐하우스에서 이 한 작업자가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2025.07.31 yuna7402@newspim.com |
기후위기로 농산물 상품 가치와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 폭우로 방울토마토가 터지고 폭염으로 작업 일정은 적어졌기 때문이다.
유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7월 초엔 인위적으로 (토마토 수확) 작업을 끝내려고 한다"며 "그럼 수확량이 적어져 농가 소득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또 "비가 많이 오면 방울 토마토 뿌리가 빗물을 빨아들인다"며 "그런데 비닐하우스 내부는 습해 방울 토마토가 터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유 씨 뿐만 아니라 다른 농민들도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 생산에 있어서 피해를 보고 있었다.
'2024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7~9월 폭염과 고온 현상으로 인해 인삼 등 농작물 재배면적 3477헥타르(ha)의 피해가 발생했다. 벼멸구 생육기에 고온 현상이 지속돼 총 1만7732ha의 벼멸구 피해가 발생했다.
농촌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건강상의 위험도 존재한다.
유 씨는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60, 70대인데 더운 날 체력이 부족해 작업을 못한다"며 "아주머니들에게 작업 전 식염포도당을 꼭 먹이고 허리에 얼음을 묶어서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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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27일 방문한 충남 부여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가 방울토마토를 포장하고 있다. 2025.07.31 yuna7402@newspim.com |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농업 특성으로 농촌의 온열질환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238명이 사망했는데, 장소 중 논밭에서 숨진 비율이 31.9%(76명)로 가장 많았다.
이에 전문가는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대상에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작물재해보험에서 폭염은 보상 대상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지적이 있다"며 "폭염으로 피해를 보는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보상이 많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