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78일 만에 첫 한·미 정상 간 통화
트럼프 "한국 군사보호 비용 지불 문제 논의"
외교·안보 사안까지 포함한 '원스톱 협상' 거론
한·미 동맹 전반에 영향...과도정부 권한 넘어서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관세 부과 문제를 비롯해 경제 협력, 북핵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날 통화는 28분 정도였으며 주요 관심사는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 문제와 경제 협력 증진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원스톱 쇼핑'이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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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2025.04.09 photo@newspim.com |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원스톱 쇼핑이란 경제적 사안은 물론 산업 구조와 외교·안보 사안까지 포함된 포괄적 협상을 의미한다. 이 문장 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앞으로 한·미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려는 것인지에 대한 힌트도 들어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에 대해서는 경제 외적인 요소를 감안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백악관은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만일 상대국이 보복 조치를 할 경우 관세를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국이 불균형 무역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를 하거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서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면 관세를 인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한·미 간 협상에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투자,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협조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한 기여도'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할 정도로 매우 부유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주한 미군에 안보를 의지하는 나라로 알고 있다. 그에게 한국은 매우 부유하면서도 안보를 공짜로 미국에 의존하는 데다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미국을 갈취해온 나라'의 맨 앞줄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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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와 관련된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에게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02 |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에 부과된 관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정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재협상하는 문제가 함께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협상에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 이상이 다뤄질 수 있다. 방위비 분담과 국방예산 증액 외에도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역할과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등 한·미 간 모든 현안이 이번 협상에 함께 포함되는 포괄적 협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실상 한·미 동맹 재조정 작업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2개월 남은 권한대행 정부가 이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