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윈턴,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어린이 669명 살린 영웅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동유럽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어린이 669명의 생명을 살린 영국인 니콜라스 윈턴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긴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보도했다. 독일 나치 치하에서 죽음을 눈 앞에 뒀던 어린이들이 극적으로 구출된 지 85년 만의 일이다.
지난 2007년 체코 수도 프라하를 방문한 윈턴 [사진 출처 = creative commons] |
3일 프라하에서 열린 명명식에 참석한 생존자 알렉산드라 파이퍼(92)씨는 고국을 떠나던 그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일곱살 때 아버지와 두 오빠가 나를 기차역에 데려갔다"며 "당시엔 휴가를 간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몰랐어요. 영국이라는 곳이 있는지조 몰랐지요. 기차역을 떠날 때 오빠들에게 손을 흔들었던 기억이 나요."
가족을 본 건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아버지와 두 오빠는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살해당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190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윈턴은 평범한 증권맨이었다. 1938년 겨울 스위스로 휴가를 갔다가 체코슬로바키아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본격적인 구조 활동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비자를 받고 안전하게 영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영국과 네덜란드 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킨더트랜스포트(kindertransport)'라고 불린 이 프로젝트를 통해 669명의 어린이가 영국에 정착해 새 삶을 살았다.
나치의 혹독한 치하에서 이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1939년 9월 1일 프라하를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지막 기차는 나치에 막혔다. 그 기차에 타고 있던 어린이 250명 중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윈턴은 영국에 온 아이들에게 같이 살 가정을 찾아주는 일에 매달렸다. 그의 어머니도 도왔다.
윈턴의 활약은 거의 50년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살면서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1988년 BBC 방송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사연이 알려졌다. 당시 방청석엔 킨더트랜스포트로 영국에 온 수십 명과 그들의 자녀, 손주들이 함께 했다.
윈턴은 200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체코는 2014년 그에게 최고 훈장인 '백사자 훈장'을 수여했다. 윈턴은 지난 2015년 10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