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다수 지역 병원이 파업에 돌입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여자 수련의가 강간 뒤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안전 조치 강화 및 여성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다.
13일 영국 가디언과 인도 현지 복수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일 인도 서벵골주 주도 콜카타의 국립 RG카르의과대학 세미나실에서 31세 여성 수련의가 반나체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피해자가 강간 뒤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도 전역은 충격에 휩싸였다. 여성을 겨냥한 성범죄가 의료 시설인 병원에서 발생한 데 더해 병원 일부 관계자가 사건 발생 초기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자살로 추정된다"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분노감이 커졌다.
서벵골주 의료계는 즉각 파업을 선언했고, 다른 주에서도 의사와 간호사·대학생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13일 현재까지 파업이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 의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매체는 전했다.
의사연합은 성명을 통해 "파업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처벌과 함께 병원 내 의료진, 특히 여성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델리의 홀리패밀리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우리는 2012년 집단 강간 및 살인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며 "밤 도로가 안전하다는 건 잊어야 한다. 여성은 직장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RG카르 의과대학 병원의 고위 관계자들이 정직됐고, 총장은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병원 안전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결정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지 경찰은 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시민 자원봉사자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자신의 범죄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는 '성범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약 3만 1500건의 성폭행 사건이 보고됐다고 EFE통신은 전했다.
[콜카타 로이터=뉴스핌 특약] 홍우리 특파원 = 12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서벵골주 콜카타의 RG 카르 의과대학에서 이 대학 여성 수련의 강간 및 살인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hongwoori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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