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공항 길은 관용차·직원 차량 이용
[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전국에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단체장을 비롯한 국장급 간부들이 제주도 단체 관광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단체장을 비롯한 이들 일행은 인천에서 서울 김포공항을 오가는데 관용차와 직원 차량을 이용해 관용차량 사적 이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뉴스핌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구의 이영훈 구청장을 비롯, 부구청장과 보건소장 등 국장급 간부 9명은 지난 달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관광을 다녀왔다.
이들이 제주도 관광길에 나선 16일은 전국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정부와 각 지자체들이 의료 공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시기였다.
이 구청장은 "당시 의사들의 파업이나 이탈이 현실화 되지 않았고 해외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올 수 있는 제주도이기 때문에 업무가 끝난 뒤 예정대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낚시와 주요 관광지 등을 돌아봤다.
미추홀구의 구청장과 간부들이 제주도 관광을 다녀오는 동안 관내 상급종합병원인 인천사랑병원 등의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과 근무 중단 등을 결정하고 20일부터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구청장과 국장급 간부들이 제주도 단체 관광에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 했을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구청장과 간부들은 인천에서 서울 김포공항을 오가는데 관용차량과 직원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구청장은 16일 저녁 자신의 전용 관용차로 김포공항으로 이동했으며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18일(일요일) 오후에도 김포공항에서 관용차를 이용해 귀가했다.
부구청장을 비롯, 다른 간부들은 16일 오후 6시30분께 구청에서 관용 승합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으며 18일에는 김포공항에서 마중 나온 구청 직원 2명의 개인 차량을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미추홀구청 직원은 "구청장과 간부들의 제주도행이 업무의 연장 차원이라 생각해 승합차를 배차해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김포공항에 마중 나간 것은 개인적인 판단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의 한 공무원은 "구청장과 간부들이 업무시간 이후와 휴일에 업무와 관련 없이 이동 편의를 위해 관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관용차량 사적 이용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다른 관계자는 "구청장과 간부들의 관광 일정을 아는 직원이 공항으로 마중 안 나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휴일에 공항으로 마중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나오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묵인한 것도 조직 내 상급자의 갑질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hjk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