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전분당 심의 남아…CJ제일제당 가중 여부 변수
[세종=뉴스핌] 신수용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돼지고기 납품가격을 담합한 육가공업체 9곳을 처음으로 적발해 제재했다. 공정위는 마트뿐 아니라 식품 분야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해 추가 담합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이번 사안은 국민들의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 거래 과정에서 육가공업체들의 납품가격 담합이 처음 적발·제재한 사례다. 돼지고기는 가정과 외식업계에서 소비가 많은 대표적인 축산물이다. 가격 변동이 곧바로 소비자 체감 물가로 이어지는 품목이다.
공정위는 12일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가격이나 견적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9개 돼지고기 가공·판매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시기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이다.
◆ 텔레그램·카톡으로 가격 공유…수년간 이어진 조직적 담합 정황
조사 결과 해당 업체들은 대형마트 납품 과정에서 입찰가격 또는 견적가격을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 이러한 방식의 담합은 수년간 이어졌으며, 관련 계약 규모 역시 수십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행위는 2021년 11월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여러 입찰 가운데 일부에서 확인됐으며, 계약 규모도 190억원대에 이른다.
일반육 납품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삼겹살과 목심 등 부위별 가격이나 최저 입찰가격을 미리 정한 뒤 그에 맞춰 투찰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다.

브랜드육 납품 과정에서도 유사한 담합이 이뤄졌다. 일부 업체들은 견적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부위별 공급가격이나 가격 인상·인하 폭을 사전에 맞춘 뒤 합의된 가격으로 견적서를 제출했다.
업체들은 텔레그램 대화방과 카카오톡,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입찰 전략을 조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부위 가격의 기준선을 제시하고 참여 업체들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준 돈가가 전날에 비해서 2.2%가 상승됐는데 피심인들의 견적가를 비교해 보면 9.8%가 상승하는 등 시장가격 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투찰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장의 상황으로 11.4%가 인하됐을 때 피심인들은 가격을 평균은 6.4%만 낮춰 투찰을 했다"고 설명했다.
◆ 설탕·전분 이어 CJ 계열사 돼지고기 담합 적발…법인 달라 가중처벌 제외
최근 식품·원재료 시장에서 잇따라 적발된 담합 사건에 동일한 CJ 계열사가 포함됐지만, 법인이 서로 달라 가중 처벌을 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밀가루, 설탕, 전분당, 돼지고기 등 4건의 담합 사건 가운데 CJ 계열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다만 각 사건에 참여한 회사가 서로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동일 기업의 반복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선 설탕, 밀가루, 전분당 담합 사건에는 식품 사업을 담당하는 CJ제일제당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번 돼지고기 납품가격 담합 사건에는 축산 사료·축산 사업을 하는 CJ피드앤케어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밀가루와 전분당 담합 사건의 경우 CJ제일제당이 동일하게 포함된 사안이어서 향후 심의 결과에 따라 가중 여부가 판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아직 심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재 단계에서 가중 여부를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공정위 "식료품 담합 엄정 대응"…밀가루·계란 등 조사 속도
이 같은 담합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는 육가공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가격에 일정 이윤을 더해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납품가격이 상승하면 최종 판매가격도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담합은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로 작동하게 된다.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식품 유통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고 가격 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담합 행위를 엄정하게 제재함으로써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셈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밀가루와 전분당, 계란 등 다른 식품 분야에서 진행 중인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사와 제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다른 업체도 분명히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업체는 물론이거니와 식생활 분야에 대해서 담합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을 밝혀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aa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