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창업주 5년 만에 복귀...태영건설 구할 구원투수로
PF 대출잔액 4.4조, 5배 덩치 큰 GS건설보다 2.7조 많아
계열사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 총력...개발사업 성과에 주목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태영그룹을 설립한 구순(九旬) 윤세영 창업주가 5년 만에 CEO(최고 경영자)로 복귀하면서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태영건설은 주택, 건축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를 대폭 늘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PF 시장이 얼어붙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태영건설의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고 계열사를 재정비하기 위해 윤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 PF 위기설 태영건설...윤세영 회장이 잠재울까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 회장이 2019년 3월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지 5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다. 윤 회장은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태경건설의 건전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933년생인 윤세영 회장은 올해 만 90세가 됐다. 사실상 재계에서 경영일선에 있는 총수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셈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
지난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잔액은 4조409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796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채무보증 건수는 110건으로 보증유형은 부동산 개발의 미래 수익과 해당 부지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론(Loan)이 4조133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다. 부동산 및 SOC사업과 관련해 특수관계자, 특수목적법인(SPC)의 차입금을 태영건설이 자금보충 등으로 약정한 금액이다. 시행사가 사업을 이끌 투자금이 부족하고 신용도가 낮아 시공사로 참여한 건설사가 PF를 주도적으로 일으키는 게 일반적이다.
PF 대출이 많아도 개발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와 춘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태영건설의 PF 대출잔액은 기업 외형과 자기자본을 감안할 때 과중한 측면이 있다. 분양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자금난을 불러올 수 있다. 매출액이 5배 많은 GS건설은 지난 3분기 기준 PF 대출잔액이 1조7255억원이다. 대형건설사 중 연간 분양사업이 가장 많은 대우건설의 PF 대출잔액이 1조11070억원 정도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부 차입금은 늘어 부채 부담도 높아졌다. 2018년 부채비율은 234%에서 2020년 487%로 급증했고 작년에도 483%를 기록했다. 부채총계를 줄이지 못하면 몇 년간은 400%대 부채비율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연간 이자비용이 725억원이었으나 올해는 3분기 누적 1271억원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한 신용 평가사가 'PF 우발 채무' 관련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거나 금융당국에 긴급 구조요청을 했다는 얘기가 퍼지며 태영건설이 곤혹을 겪은 바 있다.
◆ 자금 충원·계열사 매각 등 유동성 확보 총력...사업결과 주목
윤세영 창업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PF 유동성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계열사 정리를 통해 자금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그룹차원에서 올해 8000억원 넘는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지주회사인 TY홀딩스가 알짜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글로벌 사모 펀드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주력 사업을 제외한 계열사, 사업부문 정리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사 관계자는 "50년 전 태영건설을 창업할 때 정신, 창업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걸 다 바친다는 각오로 경영에 복귀한 것"이라며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공식 선임되면 본격적으로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투입이 많은 서울지역 PF 개발을 마무리되면 유동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마곡씨피포PFV에 보증한도 3592억원으로 PF차입금 자금보충약정을 맺었다. 이 사업은 공사비 7000억원 규모로 마곡동 특별계획구역 업무용지 CP4블록에 업무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엠에프용답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와 계약한 성동구 구용답동 청년주택 신축공사, 성수티에스PFV와 맺은 성수동 오피스 신축공사 등이 주요 사업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PF 대출잔액이 상당한 데다 이자가 10%가 넘다보니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수록 유동성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윤세영 회장의 복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사업성을 갖춘 개발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PF 대출잔액보다는 사업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