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에 대한 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여야간 논의를 지원하겠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유예 추진을 시사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다. 중소기업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고용노동정책의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물론 이 장관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사업장 내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철저한 위험성평가 실시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을 당부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도 50인 미만 기업에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조속히 구축될 수 있도록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영기 기자 |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시행이 예고되면서 중소 건설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을 점치긴 힘든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년 전 법 제정 이후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이다. 다만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
이에 중소건설사들은 아직 충분한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다며 2년 더 유예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사 781곳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 조치를 취한 기업은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96.8%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하다는 것이 67.2%, 비용 부담 24.4%, 전문인력 부족이 8.4%로 꼽혔다.
중소건설사의 유예 요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2년 뒤에 확실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실시된다면 이는 관련 산업에서 더욱 혁신을 촉구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의 메리트가 바로 작용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방대한 의무는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고 또 현실적인 비용 부담까지 발생하게 되면 중대재해방지관련 수요도 더 높아질 것이며, 그러면 관련 산업 시장도 커질 것이다. 이는 또 각종 기술을 기반으로 안전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되는 혁신을 촉발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중대재해방지 관련 비용은 하락해 업계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생명의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배상액을 미국 법원은 5억달러(약 6500억원)로 판결한 바 있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생명 존중의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건설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수용하면서 2년 정도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계기로 중대재해방지 산업이 커지고 또 관련기술과 서비스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나면 이 분야에서 국제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그것도 우아한 일자리가 또 창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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