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 선정 후 자격요건 등 확정 절차 지적
4개월에 불과한 검증기간도 개선 필요성 요구
김태오 DGB금융 회장 3연임도 제동, 공정성·원칙 강조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마무리된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승계 절차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내부후보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은바 있는 후보군 선정 기준과 방식, 검증 기간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 원장은 5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 과정이 KB금융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례나 다른 대상(지주사)과 비교할 때 잘하려고 노력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에서는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며 "기준이나 방식 등에서는 개선할 점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09.04 leehs@newspim.com |
KB금융그룹은 지난달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한바 있다.
이 원장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차기 회장 선임 기준과 방식이다.
KB금융은 5월 9일 내외부 후보 각 10명씩 총 20명을 롱리스트로 선정한 후 7월 20일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결의했는데 후보 선장과 기준안 마련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통상 기준이나 방식을 정해놓고 이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여기에 적합한 후보군을 정해야 하는데 이미 대상을 다 확정한 후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 이런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차 후보군이 정해진 후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너무 짧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KB금융은 5월 9일 롱리스트 선정 후 8월 8일 1차 숏리스트(6명), 8월 29일 2차 숏리스트(3명)을 거쳐 9월 9일 최종 후보군 선정까지 4개월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바 있다.
이 원장은 "다른 금융그룹, 글로벌 사례를 살펴보면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검증하는 기간이 있었다"며 "누구를 적합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여부를 둘러싼 '연령제한 변경' 논란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1954년 11월생인 김 회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말 기준 만 69세가 되는데 현재 DBG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는 만 67세를 초과하면 선임 또는 재선임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3연임을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셀프연임을 위한 변경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이미 임추위가 시작된 상황에서 현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건 마치 경기가 시작된 후 룰을 중간에 바꾸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만약 규정을 바꾸더라도 연졍제한 해소 차원이지 특정 인물을 위한 논의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