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가 정당한 대가 주고 취득했다면 권리침해 안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 소유의 땅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해승은 조선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국권침탈 당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다. 일제가 패망하기 전까지 귀족의 지위와 특권을 누리던 이해승은 지난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다.
정부는 과거 이해승이 소유했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905㎡이 국가귀속 대상에 해당한다며 그의 후손인 이 회장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이해승은 1917년 해당 토지를 처음 취득했으며, 1957년 이 회장에게 상속됐다. 1966년 근저당권 설정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제일은행 소유로 넘겨지기도 했지만 1967년 이 회장이 다시 토지를 사들이면서 이 회장 소유로 등기됐다.
정부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권 침탈이 시작된 1904년 러일전쟁 발발부터 광복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해당 토지는 제일은행과 별도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취득한 것"이라며 정부에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친일재산은 국가의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1항 규정을 근거로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친일재산인 것을 모르고 취득하거나 알았다고 해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면 유효하게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제일은행은 친일재산임을 모른 채 경매절차에서 경락대금을 내고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선의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며 "원고가 요구하는 소유권 이전등기는 피고와 제일은행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 모두에 대한 순차 말소등기에 갈음하는 것이어서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