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자 5명 직접 공개
스미소니언 재단 전시 운영 검토도 진행 중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전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무역질서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문화계를 개혁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미국이 특별한 나라라는 미국 예외주의를 드높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을 바로잡는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트럼프식 문화검열'에 나섰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포토맥 강변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공연 전시장인 케네디센터를 방문해 올 해 공로상 수상자를 직접 공개했다. 케네디센터 공로상은 미국 문화예술계에서 큰 업적을 쌓은 예술가 5명에게 매년 수여되는 권위있는 상으로 매년 연말 수상자를 위한 헌정 공연과 백악관 리셉션, 국무부 만찬 등 기념 행사가 마련된다.
48회째를 맞는 올 해 케네디센터 공로상 수상자로는 컨트리뮤직 스타 조지 스트레이트,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마이클 크로포드,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탤론, 팝스타 글로리아 게이, 그리고 록밴드 키스가 선정됐다. 지난 2월 케네디센터 이사진을 모두 물갈이한 뒤 직접 이사장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연단에 올라 수상자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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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13일 케네디센터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 동안 수상자 선정이 편파적이었다고 탐탁치 않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미 전역에 생중계된 공개 행사를 통해 자신이 문화 예술계도 쥐락펴락한다는 사실을 미국인들에게 인지시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화계 길들이기'는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도 겨냥해 여러 전선에 걸쳐 시도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미 세계 최대규모 자연사박물관을 포함해 미술관과 동물원을 거느리고 있는 스미소니언 재단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상태다. 백악관 측은 재단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가 미국의 이상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평가하겠다며 소장품 목록은 물론 전시물에 대한 해설 문구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화 예술계를 타깃으로 한 일련의 조치가 노골적인 '문화계 길들이기'를 넘어 역사전쟁, 문화전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로부터 철저히 독립돼 자율적으로 운영돼온 스미소니언 재단 운영에 백악관이 세부적인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간섭에 나선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미소니언 재단이 분열적이고 인종주의 이념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진실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가장 최근 건립된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박물관'의 전시물이 인종문제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날 짧은 수상자 발표 뒤 1시간 남짓 이어진 행사에서 문화, 예술에 관해 말하기보다는 푸틴과의 정상회담과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결정 등을 두고 기자들과 장황한 문답을 이어갔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중인 전례없는 '문화 예술 검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