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 처분 심판청구 '인용'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부부 사이에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는 공동거주자 사이 관계, 공동주거의 이용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별거 중인 아내 집을 들어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A씨가 취소해달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9월 별거 중인 아내 B씨가 거주하는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A씨를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A씨는 B씨 집에 들어가 한동안 머무르다가 B씨가 퇴근 후 경찰을 대동하고 오자 문을 열어주었다. 앞서 A씨는 B씨와 이혼소송을 시작 후, 사건 발생 한달 전인 8월 휴가기간에도 B씨 집에 머물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3.07.25 mironj19@newspim.com |
헌법재판관들은 A씨의 주거침입죄로 보지 않았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침입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지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가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였다거나 청구인을 이 사건 주택에 일방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그 밖에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주거침입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B씨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점에 대해선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의 공동거주자로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던 것일 뿐, 불법적이거나 은밀한 방법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며 "청구인은 피해자가 이전에 자가 격리를 이유로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종료되었을 무렵 이 사건 주택에 들어가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오랫동안 공동생활을 하여 온 부부관계에서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방이 이혼을 청구하고 상대방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다고 하여 곧바로 그 상대방이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한다거나 배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공동거주자 사이 관계, 공동주거의 이용 양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