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합헌 결정…"선례 변경할 이유 없어"
"사상의 자유 침해" 일부 재판관 위헌 의견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이적행위를 찬양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할 경우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조항이 8번째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북한으로 인한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선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
헌재는 26일 대심판정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1·3·5항과 2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11건이 병합된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3.07.25 mironj19@newspim.com |
재판관들은 국가보안법 7조 5항 중 이적 표현물 제작·운반·반포를 처벌하는 규정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소지·취득한 행위를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도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 판단했다. 이적 행위를 금지한 7조 1항의 경우 마찬가지로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반국가단체를 정의한 국가보안법 2조 1항과,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하는 7조 3항에 대한 심판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는 이적 행위와 이적 표현물 제작 금지 조항을 합헌 결정한 배경으로 헌재가 2012년과 2015년에 이에 대해 이미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선례를 제시했다.
헌재는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고 이를 반국가단체로 보는 것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이념적으로 대립한 역사적 상황에 대응하고자 한 대한민국 정부의 전략적인 고려의 결과"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하고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어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적표현물 조항은 국가의 존립 등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며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돼야 처벌대상이 된다"며 "이적표현물 조항 중 '소지·취득'에 관한 부분이 더 이상 이념적 성향에 대한 처벌수단이나 소수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반면 유남석·정정미 재판관은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이라고 봤다.
이들은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가 이를 대중에게 유포·전파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일정한 관점의 표현물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 내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규제로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고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이적행위와 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금지한 조항 모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적행위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 내지 그 전제가 되는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시키고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금지한 조항 또한 "이적행위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이상, 이적표현물 조항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헌재는 "이번 결정은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가 법률 개정과 헌재 결정 등을 통해 제한돼 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적행위 조항이나 이적표현물 조항이 오·남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북한으로 인한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 현시점에도 존재의의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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