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산업 건설·가전 부진 속 자동차도 불안 커져
포스코 "2분기 철강 시황 저점 판단", 불확실성 증대
하반기, 中 정부 감산·조선업 후판협상이 관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건설경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거둔 철강업계가 하반기에도 쉽지 않은 업황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 악화로 고전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2분기 1조32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은 2조원이었는데 이는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제철 역시 2분기 46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은 79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7.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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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들의 이같은 부진은 수요 산업인 건설과 가전이 모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중국의 리오프닝 선언에 이어 올해 1월에는 국내에서도 방역지침이 대폭 완화되면서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었다.
이에 따라 올해 철강 업황이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점차 비관적인 전망으로 바뀌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선진국발 고금리 기조가 강화되고 실물 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시장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 위기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24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철강 시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3분기부터 원가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 전망했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에서도 하반기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철강 업황에 대해서는 "올해 시작할 때는 상저하고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 헝다 그룹이 미국에서 파산 신고를 하는 등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고 세계 시장 경기도 안 좋을 듯하다"며 "철강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인데 중국의 수요를 해주지 않으면 철강제 가격이 좋지 않을 듯"이라고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업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중국이 살아나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여러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라며 "원재료 가격은 다소 안정돼 있지만 건설 등 수요산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반기에도 업황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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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주요 수요 산업인 자동차·조선·건설·가전 중에 건설 경기와 가전은 코로나 이후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하반기에 자동차도 부진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중국 정부의 철강제품 감산 지시, 조선업과의 후판협상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세계 1위 시장인 중국 경기가 부진하면서 가격을 낮춘 중국산 철강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철강업체의 수익이 악화된 바 있어 중국 정부의 감산 결정은 우리 철강업체에 희소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며 "몇 달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강은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커 조선업이 살아나면 하반기 같이 살아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라며 "글로벌 시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와의 하반기 후판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어려운 업황을 들어 철강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아직 완연한 흑자 기조가 아닌 가운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커 오히려 후판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상반기와 같이 지리한 공방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상반기에 소폭 인상을 단행한 만큼 하반기에는 가격 인하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