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상반기 어려움 반등 꾀하지만 임단협 갈등
포스코, 기본급 13.1%·자사주 100주 요구에 난색
현대제철, 아직 상견례도 못해…특별상여금 또 문제
이른바 중후장대 업종 곳곳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역대급 실적으로 노조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받고 있으며 지난해 흑자전환한 지엠 한국사업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새로 출범한 한화오션의 임금 인상이 업계 1위 현대중공업 교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노사의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이고 철강업계의 임단협 분위기도 노사간 평행선을 달리며 산 넘어 산이다. 하투(夏鬪) 분위기가 고조되는 중후장대 업종의 올해 임단협 주요 쟁점과 노사간 입장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상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업계가 하반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올 상반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로 인한 수혜를 기대했지만, 중국의 내수 건설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에 범람했다. 여기에 전기세 인상으로 부담도 커져 다소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사진=뉴스핌 사진DB] pangbin@newspim.com |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철강 부문 매출은 32조3170억원, 영업이익은 1조3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60.5%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매출은 13조5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영업이익은 7990억원으로 47.4% 감소했다.
철강업계는 이같은 상반기의 어려움을 털어내고 하반기에는 반전을 꾀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하반기 노동발 이슈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문제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그동안 15차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13.1% 인상과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성과 인센티브 제도 신설, 중식비 인상, 하계 휴가 및 휴가비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
포스코 노조는 그동안의 임금 협상에서 낮은 인상을 거듭해온 것을 지적하면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13.1%의 임금 인상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로 2조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기록한 상황을 극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며 하반기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의 요구는 지나치다고 맞서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11일에 16차 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합의는 쉽지 않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지난 6월 노조 설림 35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참여와 관심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었듯이 조합원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임단협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며 "집행부가 단체행동을 요청한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노조는 강경한 분위기다.
현대제철 역시 임단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은 아직도 임단협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달 21일 상견례를 예정했지만, 노조가 임금 뿐 아니라 단체 협약까지 요구하면서 사측이 이를 거부해 아직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의 25% 특별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하기 휴가 및 산정 휴일 확대 등을 요구했다. 노사의 이견이 가장 큰 항목은 역시 특별성과금이다.
지난 2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에 따라 직원 한 명 당 400만 원의 격려금과 당시 주가 기준 180만 원 상당의 주식을 특별 성과금으로 지급했다. 당시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은 같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사 점거 등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제철 노조가 이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특별성과금을 다시 요구한 것이지만, 당시에도 사측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제철이 작년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컸던 만큼 올해는 이견을 좁히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현대제철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회사 손실이 만만치 않았고 회사 상황도 지난해에 비해 상반기 실적이 안 좋았다"라며 "업황도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인데 노조도 회사가 더 수익이 나야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