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민원 대부분이 법조인 가족
교육청도 사건 초기에는 '방치' 의혹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번 기회에 제도화 노력"
24일 서울시교육청·교원단체, 긴급 기자회견
[서울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에서 한 교사의 휴대전화로 학부모가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사 개인 정보를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휴대전화 번호 취득 경위 등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이초 교사 사건으로 학교를 상대로 한 '도 넘은 학부모 민원' 사례에 대한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한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나온 표현인 이른바 '금쪽이' 현상이 학교 내에서도 투영되고 있으며, 지나친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21일 오전 지난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선생님의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한 선생님이 헌화 후 조문하고 있다. 2023.07.21 leemario@newspim.com |
서울교사노조는 최근 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A씨와 관련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제보받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서울교사노조 측은 "A교사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고 난 후,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A교사는 제보한 교사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교사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강하게 항의한 사건을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 측은 "(학부모가) A교사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며 "근환을 묻는 동료교사의 질문에는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답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밝혔다.
A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후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라고 했던 정황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함구령'을 내린 정황 이외에도, 소문이 양산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21일 오전 지난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선생님의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한 선생님이 조문한 후 퇴장하고 있다. 2023.07.21 leemario@newspim.com |
◆"나 00 아빠인데, 변호사야" 학폭 민원 대부분이 법조인
그동안 서이초에서 벌어진 각종 민원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몇 년 전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교사 B씨는 "당시 한 학부모가 '나 00아빠인데,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서이초에서 발생한 학폭 관련 민원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B씨는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대부분의 교사가 매우 어려워했었다"고 말했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이외에도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교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사 C씨는 "서이초는 작년 3월부터 5명의 저경력 교사가 있었다"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라고 말했다.
또 다른 D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매우 힘들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서이초를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 교권과 관련된 부족한 법 제도들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제도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일부 학부모의 공격적 행동이 있었다든지 이런 보도가 있는데,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이초 사안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초등학교 교사를 추모하는 추모제에서 한 시민이 추모 글귀를 남기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23.07.20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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