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발표
시중·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추진
저축은행간 M&A 촉진 확대 등 영업규제 합리화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시중은행과의 경쟁 촉진 차원에서 저축은행간 인수합병도 확대한다. 이는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4개월 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바탕으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그간 총 15차례 회의를 거쳐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들은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선택권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가격(금리)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자수익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결국 은행이 과점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금융 소비자는 더 높은 대출금리와 더 낮은 예금금리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에게 보다 낮은 비용(금리)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 은행권 경쟁 촉진…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
이에 금융당국은 ▲신규플레이어 진입 허용 ▲여타 플레이어를 통한 경쟁 촉진 ▲금융과 IT간 협업 강화 ▲대출·예금금리 경쟁체계 구축을 통해 은행권 금리·서비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신규 진입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은행권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예금 2.6%, 대출 2.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들의 아주 특별한 혁신 노력 없이 작년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이 발생하게 된 것은 은행의 경쟁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며 "은행권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당국은 지방은행→시중은행, 저축은행→지방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은행 중 자본금·지배구조 요건을 갖춘 곳에 시중은행 인허가를 내줘신규 경쟁자를 통해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의도다.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806억원으로 시중은행이 되기 위한 최저자본금(1000억원)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됐을 경우의 장점은 은행채 발행 등에서 금리 메리트가 커져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수도권 진출이 원활해진다는 점이다. 다만 비대면 금융상품 출시가 대세가 되면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서울과 수도권에 점포를 확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들은 비슷한 금리의 유사하거나 동질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30여 년만에 시중은행에 진입하고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전환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 저축은행간 M&A 촉진… 특화전문은행 도입은 신중
아울러 시중은행과의 경쟁 촉진과 사전적 구조조정을 위해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를 허용해 저축은행 M&A를 촉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7월 중 저축은행 인가지침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시에 지방은행을 통한 은행권 경쟁도 촉진한다.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합리화해 기존 지방은행 60%, 시중은행 45%의 대출 비율을 50%로 일원화한다.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도 지속 검토한다. 금융당국은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하에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핀테크 등 IT기업의 업무위탁 가능 범위 확대 등 금융업무 수행범위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금지됐던 대출심사를 위한 개인신용조사, 담보물 평가 등을 허용한다. 당국은 3분기 내에 업무위탁 제도개선방안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특화전문은행의 경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이 특화분야로의 쏠림에 따른 리스크 등도 감안해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현재도 이미 신용카드업, 저축‧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혁신금융서비스‧업무위탁 등을 통해 다양한 특화된 은행 서비스가 제공중"이라며 "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신청하는 영업 특성에 따라 인적‧물적 요건 등을 탄력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특화전문은행의 필요성, 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특화유형에 따른 인적·물적 설비나 건전성‧유동성 규제 차등화 등을 포함한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