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 판사 정원법 개정 추진…"신속한 사건처리 기대"
'법원이 재판 지연' 국민 피해보상 청구 법안 발의도
법조계 "증원 필요성엔 공감…관리 방법도 고민해야"
재판 과정서 지연 상황·사유에 대해 책임 구분해야
신속·공정 재판되도록 제도적 개선 방향 찾아야
'재판 지연'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국민들의 피해가 더 크다. 재판 지연은 부족한 판사수에 업무 과중, 높아진 사건 난이도 등이 주요 사유로 꼽힌다.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재판 지연 문제가 과연 해소될 수 있을지 뉴스핌이 3회에 걸쳐 현실과 재판 제도 및 해외 사례 등을 다뤘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난이도 높은 사건의 증가,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제도 변화로 인한 재판의 장기화가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민·형사소송 외에 인신보호사건, 가사비송사건 등과 관련해 법원의 인권보호 및 후견적 역할에 대한 요청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는 판사 정원을 5년 동안 현재 3214명에서 3584명으로 370명 늘리는 법 개정 추진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인력 증원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 중이다.
[재판 지연] 글싣는 순서
1. 워라밸 판사 탓?...法 "시대가 변한 것"
2. 해외 법관들도 업무부담 호소…'신속 재판' 방안은
3. 檢·변호사·당사자도 마찬가지..."판사 증원·관리 방법도 고민해야"
법무부가 언급한 재판 장기화 문제는 법조계의 '풀지 못한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지만 법원과 검찰, 당사자가 재판을 지연하는 사례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판 지연 문제가 판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 2020.03.04 mironj19@newspim.com |
◆법원이 재판 지연…"피해는 국민 몫"
현행법상 민사소송은 1심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받은 날부터 각각 5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기간을 넘겨 결론이 나는 재판이 많고 선고는커녕 소장을 접수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는 일도 다반사다.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민사소송법 199조의 '종국판결 선고기간'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어 선고기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법 위반이 아닌 탓이다.
물론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지만 소송 당사자의 탓이 아닌데도 책임은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재판 지연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연 손해금 액수가 늘어나는 등 재산상 불이익을 입게 된 소송 당사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5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소송절차가 대법원규칙에 따른 기간을 경과해 지연되는 경우 소송 당사자가 신속한 재판의 진행을 재판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청 이후 6개월 이내에 소송 절차가 종결되지 않는 경우 상급법원에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중견 변호사는 "승소와 패소, 소송비용 부담 비율이 명확히 나뉘는 민사 사건은 판단이 늦어지면 지연 손해금 문제도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개정안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법원의 지연 책임을 어떻게 증명할지는 어려운 문제"라며 "보상을 청구하더라도 보상 여부를 결정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연 책임을 판사에만 돌리는 것은 무리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소액사건 재판 실태 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1.11.30 pangbin@newspim.com |
◆법조계 "법관 수 늘리는 만큼 인력 관리에도 신경써야"
재판이 지연되는 1차적 원인은 법관 부족에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법조계는 향후 법관 인력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리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적체 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마냥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평가를 안 해서 판사들이 일을 안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증원에만 집중하다보면 그로 인해 일어나는 파급 효과를 중시하지 않을 수 있다"며 "평가를 통해 효율적으로 재판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으로 법관 임용 시 일정 경력을 요구하면서 법정에서 20대 판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본 경험자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령대가 '일원화'되는 부작용을 해결할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사 증원 외에도 재판 과정에서 지연되는 상황과 사유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한편, 신속하면서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법조계와 함께 제도적 개선 방향을 중장기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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