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인당 적정 처리건수 초과 시 판사 증원 요구
독일, 재판지연 보상법…일본, 재판 신속화 검증 회의
'재판 지연'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국민들의 피해가 더 크다. 재판 지연은 부족한 판사수에 업무 과중, 높아진 사건 난이도 등이 주요 사유로 꼽힌다.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재판 지연 문제가 과연 해소될 수 있을지 뉴스핌이 3회에 걸쳐 현실과 재판 제도 및 해외 사례 등을 다뤘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배정원 기자 = 우리나라보다 판사 한 명이 처리하는 사건 수가 적은 해외 주요 국가들도 재판 지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9일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각국의 법관 업무부담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각 국가들의 법관들도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 지연] 글싣는 순서
1. 워라밸 판사 탓?...法 "시대가 변한 것"
2. 해외 법관들도 업무부담 호소…'신속 재판' 방안은
3. 檢·변호사·당사자도 마찬가지..."판사 증원·관리 방법도 고민해야"
◆"업무량 많다" "증원해달라"…해외 판사들도 한 목소리
미국 연방사법회의는 미국 내 각 지역에 위치한 연방지방법원 소속 판사 1인당 적정 업무 처리건수를 연 430건으로 설정했다. 연방대법원은 2년에 한 번씩 연간 사건 수가 이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지방법원의 요청이 있을 때 의회에 판사 증원을 요구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독일 법관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법관의 대량 퇴직과 지원자 감소 문제에 직면해있다. 독일은 2031년까지 전체 법관 및 검사의 41%에 달하는 약 1만1700명의 퇴직이 예정돼 있고 기존의 인력을 대체할 지원은 줄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대표적 법관단체인 독일 법관연합은 약 2000명의 법관 및 검사가 증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프랑스는 대부분 판·검사들이 '사법관 노조'에 가입돼 있다. 사법관 노조가 2019년 6월 발표한 판·검사 75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가 주말에도 일한다며 업무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 중 60% 이상은 업무량으로 인해 휴가나 연수를 포기했고 77%는 휴가 중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또 80%는 업무량이 사건 결정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재판 지연 보상, 재판 신속화 검증 등 노력도
미국 법원은 인력 증원 절차와 함께 사법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다양한 제도도 마련돼 있다. 민사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사건 실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에서 증언 녹취가 허용되고 이를 통해 조정이나 화해가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
형사사건에서는 양형협상제도(Plea bargaining·플리바게닝)가 있어 전체 형사사건 중 대부분은 기소인부나 양형협상을 통해 종결되고 배심재판까지 진행되는 사건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중죄 사건과 경죄 사건을 분리해 중죄는 배심재판을 통한 집중심리를 진행한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소속 법원 내에서의 사무분담도 법관 본인이 변경을 희망하지 않으면 유지된다. 독일기본법 제97조 제2항은 법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전보할 수 없다고 규정해 법관의 독립성과 함께 재판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21년 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 중회의실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주최로 '법관의 업무 부담 분석과 바람직한 법관 정원에 관한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1.02.01 pangbin@newspim.com |
반면 우리나라는 매월 2월 경 대규모 법관 정기인사를 시행하고 이에 따른 사무분담을 변경하고 있다. 기존에는 한 재판부에 2년씩 근무하던 구조였으나 대법원은 사건 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지난해 2월 예규 개정을 통해 각급 법원이 재판장의 사무분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재판지연 보상법'을 도입해 장기간 재판으로 불이익을 입은 국민에게 재판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100유로(한화 약 14만원)씩 보상하도록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관 1명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단독제 법원인 '간이재판소' 제도가 있다. 경미한 사건의 신속하고 경제적인 처리를 목표로 일반 재판소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간이재판소에서는 당사자가 서면 없이 구두변론기일에 출석해 진술로 주장을 한다. 2018년 기준 간이재판소 사건의 평균 심리 기간은 2.7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재판의 신속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또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하면서 재판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학식 경험자 6명, 변호사 2명, 검찰 1명, 판사 2명으로 구성된 재판 신속화 검증 관련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해당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