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발급 거부되자 성년후견 종료 청구
"장애 현존하더라도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고 의학적으로 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이더라도 독립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하다면 성년후견을 종료할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4단독 박원철 판사는 발달장애인 A씨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어머니 B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A씨에 대한 성년후견 종료를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지적장애인 A(23)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으나 노인복지법상 피성년후견인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이에 B씨는 성년후견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했다. 민법 제11조에 따르면 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 본인이나 성년후견인 등의 청구에 의해 성년후견종료 심판을 한다.
박 판사는 심리 결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는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가능한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년후견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A씨의 복리를 저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가 젊은 성인으로 장래 자립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다음 시험에 합격한 점, 관련 기관에 취업해 근로활동을 하고 있는 점, 현재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부모 도움 없이 혼자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스스로 자립해 생활하는 것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했다.
박 판사는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성년후견의 경우 발달장애인으로 하여금 잔존능력을 활용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접근기회를 전면 차단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복지의 기본이념과 충돌할 우려가 크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낙인과 소외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현행 법령상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신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나 자격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이 보호자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와 유지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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