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분할 등에 따른 주주보호 방안
'주매청' 행사 때 주가·세금 따져봐야
뉴스핌 월간 안다 2023년 2월호에 실려 기출고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주식 뉴스는 많지만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를 위한 맞춤 뉴스는 흔치 않습니다. 잘 몰라서, 물어보기 민망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을 텐데요.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식거래 계좌가 6000만좌를 넘어선 시대입니다.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을 모았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해 6월 초보투자자 A 씨는 한 증권사로부터 낯선 문자를 받았습니다. 보유 중인 B 회사에 대한 '반대의사&매수청구' 일정 안내문이었는데요. 함께 언급된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생소한 단어였다고 합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모든 주주가 일반적으로 행사하는 권리는 아닙니다. 이 때문에 기회가 와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요즘은 주주권리보호 방안 중 하나로도 자주 언급되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대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주식매수청구권이 뭔가요?
기업의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등은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 활동입니다. 이사회에서 이 같은 사안을 결정했을 때는 반드시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반대 의견을 가진 주주가 자신의 보유 주식을 합당한 가격에 되사줄 것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데요. 경영진 및 다수 주주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투자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 주도록 한 것입니다. 매수 가격은 주주와 법인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데요. 보통 회사 주요 변경사항에 대한 이사회 결의 전 형성된 시가(1주~2달 사이 내 결정)의 가중산술평균가격으로 정합니다.
소액주주들이 뭉쳐 회사 결정을 뒤집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데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너무 커서 부담을 느낀 기업이 기존 계획을 포기한 사례도 종종 있었습니다. 합병을 추진했던 기업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툴젠과 제넥신 등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에 화들짝 놀라 합병 계획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 누구나 신청할 수 있나요?
주식매수청구권은 법률에 의해 인정된 권리이므로 회사의 동의나 승낙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상법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은 ▲일반합병 ▲분할합병 ▲영업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나 포괄적 이전 등입니다.
현행법상 분할합병의 경우도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 단순분할일 경우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인적분할은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기업분할 방식이고,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 법인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분할 방식입니다. 이 경우 주주의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는 사안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모회사 주주, 경영양수도 방식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의 주주에게도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할 방침이거든요.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소액주주 권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진행되고 있어 국내 상장기업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주식매수청구권은 무조건 행사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주식매수청구권은 무조건 행사하는 게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노(NO)'입니다. 회사에서 제시하는 매수가가 시장가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장가가 더 높으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증권사 HTS, MTS를 통해 직접 매매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올해 초 합병을 마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사례를 볼까요. 상장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비상장인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하면서 반대 주주 141명의 보유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당시 회사가 제시한 매수가는 주당 2만590원. 합병을 결정한 이사회 개최일 이전 2개월 동안의 주가를 가중산술평균가격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 신청 기간이던 지난해 11월 4~24일 사이에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는 2만1700~2만3800원 사이를 오갔습니다. 알고 보면 보유 주식을 회사에 파는 것보다는 시장에 내다파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는 적게는 주당 1110원, 많게는 3210원씩 손해를 본 셈입니다.
세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주식매수청구권은 청구인과 회사 간 직접거래인 장외거래로 분류됩니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요.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에 대해 250만원을 공제한 뒤, 지방세를 포함 11~33% 세율을 적용해 과세됩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처음인 주주라면 주가와 세금 등도 함께 꼼꼼히 살펴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