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건전성 우려…"기금화" vs "정부지원 확대"
내년 직장인 건보료율 첫 7%대…보장률은 정체
21조 적립금 2028년 바닥 위기…국민부담 가중
[세종=뉴스핌] 이경화 기자 = 재정 고갈 위기에 놓인 건강보험을 안정화시킬 '묘안'을 찾을 것인가가 핵심 관건으로 급부상했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2조8000억원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도 1조원 반짝 흑자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내년 건강보험이 1조400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화 경제부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보 재정 문제를 방치할 경우 연간 적자 폭이 가깝게는 2024년 2조6000억원에서 규모를 키워 2028년 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건보 적립금은 2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2028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문재인 케어의 대대적 개편 방향 논의에 들어갔다. 건보 적용 항목 일부 조정과 외국인 혜택 축소 등의 방안이 거론되나 건보 재정 건전화 방안 발표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올해 정부 지원이 만료되는 건강보험을 기금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불붙는 등 재정 관리를 어떻게 할지 방법론에 대한 견해차가 노출되고 있다.
건보 기금화 관련 법안을 빼든 여당과 기획재정부는 그간 복지부 주도로 견제 장치 없이 관리돼온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건보가 2007년부터 매년 받아온 정부 지원을 내년까지 연장한 이후 기금화해 건보 재정을 국회 통제에 둠으로써 재정 지출 감시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반면 건보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비롯해 건강보험공단, 야당은 현행 정부 지원(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 국고지원) 방식을 유지 또는 확대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다. 노인진료비 증가 등 건보 재정 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행 정부 지원이 중단되고 기금화되면 건보 운영이 외부 통제를 받아 경직성을 띌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는 보험료 인상·보장성 축소 등 연쇄 파장을 우려하며 기금화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내년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7.09%로 올해 6.99%보다 0.1%p 오른 상태다. 보험료율이 7%를 넘긴 건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후 처음이다. 건보재정 악화를 감안할 때 빠르면 2026년 보험료율은 법정 상한선 8%에 이를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건보 보장률은 정체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6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장률 80%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미 보험료가 가파르게 올라 부담이 만만찮은 데다 건보 보장성 후퇴 가능성 등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정작 관련해 뚜렷한 대안은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고령화와 맞물린 건보 적자로 전 방위적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건보료 인상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해야 할 국민 입장에서 절차가 매우 아쉽다. 건보료 부과 시스템이 충분히 공평한지 짚어보고 건보 재정의 누수 절감 등 근본적인 처방이 먼저 나와줘야 한다.
원천은 혈세다. 건보 재정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국민들 어깨에 무거운 짐만 드리워서 될 일은 아니다. 이전 정책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지속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건보 구조개혁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kh99@newspim.com